장애인 탈시설 “성급” VS “관철”

결정권, 당사자·보호자에 있어
시설 의존 장애인 아직도 많아

단기간 내몰기 부작용 초래
인프라 구축 마련 우선돼야

 

김원녀 장애인 복지시설협 경기협회장
김원녀 장애인 복지시설협 경기협회장

  “장애인에게 의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탈시설'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자 인권 침해입니다.”

김원녀(사진)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경기협회장은 3일 “탈시설 결정권은 오롯이 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 등에게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며 직원 도움을 받고 싶은 장애인이 있는데도 무조건 탈시설만 주장한다면 되레 다양한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이유에서다.

김 협회장은 “장기적으로 장애인이 개인의 욕구에 따라 지역사회로 나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선 탈시설 취지에 동감한다. 하지만 최근 도내 장애인 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긴급히 탈시설을 추진 해야 한다는 일부 단체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탈시설의 궁극적인 목표가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이뤄내는 것인 만큼 단기간 조치가 아닌 장기간에 걸쳐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공개한 '장애인 탈시설 방안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복지국가로 유명한 스웨덴은 50년에 걸친 탈시설 정책을 추진했다.

실제 1946년 장애위원회에서 채택한 정상화 원칙에서부터 탈시설화가 시작됐고, 1985년에는 중증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지적 장애인들이 지역 사회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법률이 만들어졌다. 이어 1997년 모든 장애인 시설에 대한 폐지가 확정됐다.

김 협회장은 “여전히 우리 사회 속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시설에 의존해야만 하는 장애인이 많다. 이들을 한순간에 밖으로 내몰기보단 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 중앙과 지방정부 등의 합의로 제도적 장치와 인프라 구축 등을 먼저 마련하는 게 순서”라며 “또한 탈시설이란 표현 자체도 단순히 시설을 폐쇄한다는 뜻으로만 보이기에 '장애인을 지역사회 삶으로 이전한다'는 의미의 새로운 용어를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

 


 

타인의 의지로 갇힌 경우 많아
하루빨리 자유롭게 해줘야

코로나19, 시설 내 감염률 높아
남길 원하면 강요할 생각 없어

권달주 경기장애인차별철폐 상임대표
권달주 경기장애인차별철폐 상임대표

“장애인들은 타인의 의지로 시설에 갇힌 경우가 많습니다. 이같은 결정이 오히려 인권 침해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막기 위한 긴급 탈시설이 꼭 필요한 이유기도하고요.”

권달주(사진)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단호했다. 권 대표는 3일 인터뷰에서 “장애인 탈시설의 핵심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녹아들고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데 있다”며 “하지만 시설 생활을 하는 장애인 대다수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타인이 가둬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이들을 자유롭게 만들어 주는 탈시설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서 문재인 정부가 국정 과제로 탈시설을 선택한 이유 역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서 탈시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장애인의 행복 추구를 위해선 필요하다고 본다”며 “특히 코로나19 유행으로 시설 내 집단 감염이 사회적 문제로도 떠오르고 있다. 장애인 안전을 위해서라도 긴급 탈시설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장애인 거주 시설별 코로나19 확진자 현황'을 살펴보면 도내에선 여주 라파엘의집, 파주 아름다운누리, 안산 평화의집 등에서 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등 100여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를 두고 권 대표는 “코로나19 시대에 안전할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장애인 시설이다. 전 세계적으로 장애인 시설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률이 높다. 그런데도 탈시설을 반대하는 건 장애인 안전을 무시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시설 이용을 원하는 장애인에게 탈시설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고도 덧붙였다.

권 대표는 “장애인은 장애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탈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만약 시설에서 살고 싶은 장애인이 있다면 이는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것도 맞다”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