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이나 동호회원 중에 교사가 여럿 있는데 “학교가 보육기관화되고 있다”는 푸념을 자주 한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그랬다. 특히 여교사일수록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학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인데 마치 돌보는 장소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돌봄교실은 학교에 별도로 마련된 교실에서 돌봄전담사가 방과 후에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으로, 주로 취미활동_적성교육 등이 이뤄진다. 돌봄교실은 코로나 발생 이후 효용성이 더 높아졌다. 맞벌이 부부에게 있어 학교수업이 끝난 후 아이를 방치하는 것보다 학교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다. 신청자들이 몰려 추첨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한다. 원래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운영됐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긴급돌봄교실'이 추가되면서 오전 9시~오후 7시로 늘어났다.

학교수업은 비대면으로 하거나 등교수업이 이뤄져도 일주일에 1~2회 진행됐지만, 돌봄교실은 주말만 제외하고 매일 운영된다. 방학 중에도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초등돌봄교실 700개를 확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돌봄교실 정원이 28만5000명에서 29만6000명으로 늘어난다.

덩달아 교사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아이들은 돌봄전담사가 돌보지만, 돌봄교실 프로그램 편성이나 전담사 선발_관리는 사실상 교사들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교사는 “학교 방역수칙에 관한 당국의 지침이 수없이 내려오고 들쭉날쭉해 정신이 없는 판에 돌봄교실까지 신경을 써야 하니 피곤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교육기관의 보육기관화'를 운운하는 배경이다. 돌봄전담사 역시 만족과는 거리가 멀다. 계약직이어서 신분이 불안정한 데다, 아이 돌보는 시간만 근로로 인정되는 시간제 근무여서 박봉일 수밖에 없다. 전담사들이 코로나 사태 와중에 욕먹을 각오를 하고 두 차례나 파업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돌봄교실 운영에서 소외되는 등 학교에서 '을'에 불과하다며 자괴감을 토로하는 돌봄전담사들도 있다. 그렇다고 교사가 '갑'은 아니다. 요즘 교육현장에서의 순위는 '학부모-학생-교사-전담사'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1970∼80년대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공적 돌봄의 중요성은 코로나 사태가 입증시켰다. 돌봄교실은 코로나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 아이들을 학교에서 온존히 보호해냈다. 돌봄교실은 단순한 보육의 차원을 넘어 진화된 교육의 한 형태다. 보다 확대되고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전제는, 교육당국이 교사_돌봄전담사들의 애로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취재해보니 교육청은 돌봄교실의 속사정을 잘 모르고 있었다. 예산만 대주고 있었던 것이다.

/김학준 논설위원 k1234@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