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임박 불구 방문객 발길 뜸해
“행인도 찾기 힘들어” 상인 한숨
거리두기 2.5단계 연장에 울상
대목 오기 전 폐업 상점 수두룩
시 “답답해도 방역 준수” 당부
▲ 설 명절을 앞두고 있는 1일 인천 동구 현대시장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이제 명절 특수는 꿈같은 말이 돼버렸네요.”

1일 오전 9시30분 인천 동구 현대시장.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시장에선 활기가 사라진 채 적막감만 감돌았다.

몇몇 점포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아침 장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상인들 얼굴엔 시름이 가득했다.

시장 한구석에서 마스크를 쓴 채 채소를 다듬고 있던 상인 홍모(77)씨는 “이제 전통시장에서 명절이라는 말은 사라졌다”며 “1년 동안 코로나19를 겪으며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 원래 이맘때면 설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시장을 찾곤 했는데 이젠 지나다니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2주간 연장하기로 하면서 설 연휴 대목만 기다려왔던 인천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특히 이번 정부 발표는 밤과 대추 등 제수용품을 취급하는 건어물 점포 상인들에게 큰 절망감을 안겼다.

현대시장에서 20년 넘게 건어물 가게를 운영해온 조모(47)씨는 “혹여나 거리 두기가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 걱정이 크다”며 “원래 지금쯤이면 손님들이 찾아와 한과, 약과 등 차례 음식을 찾는데 아직 기미도 없다”고 말했다.

부평종합시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설 대목이 오기도 전에 코로나19 확산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가게를 닫은 상인들도 더러 있었다.

부평종합시장에서 40년 넘게 정육점을 하는 김상례(80)씨는 “정부의 방역 수칙에 따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작년부터 계속되는 코로나로 목이 좋지 않은 곳에 위치한 가게 중에는 장사를 접은 곳도 여러 곳”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인천가족공원은 미리 성묘를 하기 위해 찾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정부에서 귀성과 친지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일찍 성묘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서울에서 온 윤만칠(78)씨는 “원래는 20명 정도 되는 자손들이 다 같이 와서 성묘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로 두 형제만 대표로 왔다”며 “내년 설에는 예년처럼 가족 단위로 성묘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설 연휴 기간에도 방역 수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시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계속 연장돼 답답하겠지만 감염병 예방을 위해 방역 수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이번 설 명절에는 가족들과 마음으로만 함께 해주길 바란다. 추석에는 온 가족이 함께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방역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아진·유희근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