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의 시조 두루미. /자료제공=국립생물자원관

겨울철이 되면 필자를 유혹하는 두루미는 인천시가 시조(市鳥)로 정한 새이다. 대부분 까치나 비둘기를 시조나 군조(郡鳥)로 정하는 것에 비하면 의외라고 생각한다. 섬을 제외한 인천지역에서 두루미를 만날 확률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의 여러 지명을 보면 두루미를 뜻하는 한자어인 '학'이 들어가는 곳이 많은데 송학동, 선학동, 문학동, 청학동, 학익동이 있고 문학산과 승학산이 있다.

물론 지명의 유래를 살펴보면 두루미와 관계가 크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경서동과 연희동은 대규모 매립이 있기 전의 드넓은 갯벌과 초지에 수많은 두루미가 겨울을 지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강화도에서는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다. 1980년대 초반에 두루미를 시조로 정하였다고 하는데 그 당시에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세계적으로 15종류의 두루미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등 7종류의 두루미류가 도래한다. 이 중 두루미가 가장 우아하고 기품이 있어 보인다. 실제로 드넓은 벌판에서 종일 삭풍을 맞으며 망원경으로 관찰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과 콧물이 줄줄 흐르고 손발은 꽁꽁 얼지만, 고고한 자태의 두루미는 이 모든 것을 눈 녹듯이 사라지게 하는 신비한 힘을 가졌다.

두루미는 중국 헤이룽장성과 러시아 힝간스키, 블라보브첸스크 등지의 습지에서 번식을 하고 가을이 깊어지면 고향을 떠나 남하하여 중국 얀첸지역이나 우리나라의 철원, 연천, 문산, 파주, 강화 등지로 삶의 터를 옮겨 겨울을 나고 봄이 오기 전에 번식지로 돌아간다.

어렵게 찾아온 한국 땅에서의 생활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그들의 땅이었던 연희동과 경서동의 갯벌은 매립되고 도시로 바뀌어서 더는 두루미를 반기지 않았고 사방에 거미줄같이 널려있는 전깃줄은 그들을 위협하고 있다.

하늘을 배경으로 전깃줄을 보면 명암 구별이 되어 쉽게 알아볼 수 있지만, 하늘에서 땅을 배경으로 전깃줄을 본다면 시력이 뛰어난 새라도 구분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안개라도 낀 날이면 위험의 정도는 더 커진다. 두루미처럼 덩치가 큰 새는 급작스럽게 비행 방향을 변경하기 어렵다.

시속 60km 안팎으로 날다가 갑작스럽게 전깃줄을 발견하면 피하지 못하고 희생되곤 한다. 그 밖에도 낙곡을 먹으며 주린 배를 채우던 농경지에 아파트와 빌딩이 들어서면서 예전보다 훨씬 먼 거리까지 먹이를 찾아 이동해야 한다. 배고픔과 피로도의 증가로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낮아지고 번식능력도 떨어진다고 한다. 시조로 정한 두루미가 더 이상 인천을 떠나지 않고 인천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도록 각별한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장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