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국민신문고가 효용성 못지않게 부작용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신문고에는 매일 수많은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신문고에 오르면 해당 민원이 주목받아 여론이 형성되면서 해결될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개는 억울한 사연, 부패, 행정피해, 갑질 등을 호소하면서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한 것이어서 긍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신문고 만능주의'가 감지된다. 내용을 과장해 눈길부터 끌고 보자는 시도가 대표적인 부정적 요인이지만, 특정인이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것도 큰 문제다. 오죽하면 경기도가 정부에 국민신문고 민원신청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 사정을 살펴보면 황당하다.

지난해 6월 국민신문고에 경기도와 관련된 민원 258건이 들어왔다. 7월에는 같은 사안의 민원이 909건, 8월엔 524건이 잇따라 접수됐다. 도가 파악해 보니 시민 A씨가 동일한 민원을 1691건이나 제기한 것이다. 다른 시민도 지난해 6∼7월에 같은 내용의 민원 1684건을 제기했다. 이 정도면 스토커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A씨를 포함해 시민 10명이 지난해 국민신문고에 제기한 경기도 관련 민원은 9015건에 달한다. 지난해 경기도 전체 민원 1만2626건의 71.4%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처럼 특정인이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경기도는 최근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에 '국민신문고 하루 민원 신청을 3건으로 제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민원 통계와 여론이 왜곡되고 행정처리가 잘못된 것 같이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신문고 민원신청 시스템은 횟수 제한이 없다. 그러다 보니 위와 같은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국민신문고가 장난감이나 분풀이 수단처럼 여겨져서는 곤란하다. 반복 민원으로 공무를 방해하는 것은 일종의 범죄행위라고 볼 수도 있다.

국민신문고 시스템의 문제점 시정은 정부의 몫이다. 모든 민원사항이 전산처리되는 만큼 의지가 있다면 어려운 작업이 아닐 것이다. 일부 시민들의 무분별한 행위로 행정력이 낭비되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고려해 국민신문고 시스템을 하루빨리 개선할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