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MM(마릴린 먼로)이 있고 이탈리아에 CC(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BB(브리지트 바르도)가 있다는 영화 팬들의 말이 있을 정도로 바르도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은막의 여왕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비키니 수영복을 입었던 영화배우였고 할리우드에서 뽑은 세계 10대 미녀중에서 5위를 차지했다. 1934년생으로 올해 87세가 되는 바르도는 40세 되는 해에 영화계에서 은퇴한 후 동물애호가로의 길을 택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물론 2002년 FIFA 월드컵이 열릴 때 바르도는 개를 잡아먹는 나라에서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개최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MBC에서 바르도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야만국에서 온 사람들로 봉변을 당했고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국제전화를 통한 생방송 도중 “나는 당신들 같은 야만인들과는 할 말이 없다.”면서 통화를 끊어버린 사건도 있었다. 바르도는 개고기를 먹는 한국만을 규탄하고 비판한 것이 아니라 동물애호가로서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애완동물뿐 아니라 멸종위기 동물 보호에 앞장섰다.

▶우리나라의 보신탕 관습은 21세기에 들어와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개 농장에서 사육하여 식용으로 도살되는 현실을 여러나라의 동물애호가들은 계속 규탄하고 있다. 몇 해 전 런던의 번화가 트라팔가 광장에서 K-팝 홍보 행사가 열리고 있는 흥겨운 분위기에서 영국의 동물애호가들은 '개를 잡아먹는 나라는 반성하라.', '개는 인류의 친구다.'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고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도 개처럼 영리하고 사람의 친구가 되는 돼지고기를 먹습니다. 저는 개를 먹는 것이 돼지를 먹는 것보다 나쁘다는 윤리적 근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동물을 먹는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들이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얼마나 잘 대해주며 어떻게 자비롭게 그들을 죽이는가 하는 것입니다.” 동물학자이며 챔팬지 연구의 제1인자 제인 구달 박사의 말이다.

▶AI 방역 기준에 따라서 '묻지마 살처분'이 집행되며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가금류들이 기계적으로 살처분되어 매장되는 관례에 제동이 걸렸다. 1984년도부터 친환경 농법을 해오며 지난 35년간 AI가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신안마을에서는 1㎡당 9마리를 사육하는 일반적인 양계장과는 달리 4마리 이하로 밀집도를 낮추고 친환경 사육법으로 닭들의 면역력을 높여왔다. 공장식 양계장 방식을 탈피해 활동력이 떨어지는 산란닭들에게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온 신안마을의 살처분 집행정지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제는 생산 원가보다는 건강하게 사육하는 농법이 소와 돼지에도 적용되었으면 한다.

/신용석 언론인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