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은 20년의 짧은 개항역사속에 국제화물 처리실적 세계 3위, 국제여객운송 세계 5위 공항으로 성장했다. 운영에서도 아시아 최고 공항상, 아시아 최고 화물공항상, 세계 최고 환승공항상 6회 수상, 세계 최고 공항면세점상 9년 연속 수상, 전세계 1700여개 공항대상 서비스 평가에서 12년 연속 1위를 하는 등 세계 최우수공항이다. 코로나 바로 직전까지는 월평균 593만명이 이용하고 90개 항공사가 55개국 188개 도시들과 글로벌 항공 네트워크를 통해 항공기 운항이 18만4699편(2019년 기준)으로 하루에 2175대가 뜨고 내리는 세계적 공항인데도 항공기 정비 MRO단지가 없다.

MRO는 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분해조립(Overhaul)의 약자로 정리된다. 정비센터와 부품공급사들이 모여 항공기를 정비하는 곳이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기준 국내 항공사 정비 비용을 2조7621억원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 중 전체 비용의 46%에 달하는 1조2580억원은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엔진 정비 분야에서는 1조2353억원을 해외정비업체가 가져갔다.

우리나라 항공여건은 동남아시아 노선 다변화, 저비용항공사(LCC) 성장으로 지난 2년 연속 1억명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항공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선택과 집중의 논리가 필요한 때 다. 해외정비업체들에게 뺏기고 있는 MRO 특수를 가져와야 한다. 전세계 30여개의 허브공항들은 모두 가까운 곳에 MRO단지를 갖추고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유는 시간이 승패고 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MRO단지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현행법에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 건설 및 관리·운영이 주된 기능이고 수행하는 사업의 범위에도 MRO조성 사업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의 정치권이 지난해 공항공사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사천 항공MRO 사업과 중복된다는 반대의견으로 보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6일 대구·경북·경남 등의 국회의원들이 인천국제공항공사법 10조 9항을 '항공기정비업을 직접 수행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황당한 개정안을 제출했다. 국토부의 정책방향은 인천공항공사가 직접 MRO사업을 할 수 없지만 민간기업이 추진할 때는 지원할 수 있고, 인천은 사천과 다른 방향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경남 사천공항은 기체중정비, 김포공항은 LCC(저가항공사) 경정비, 인천공항에는 글로벌 MRO업체 유치로 통합 복합정비(화물기 개조, 엔진업체 등)를 실시해 각 지역별로 사업 분야를 특화시킬 계획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보잉사를 비롯해 여러 업체에서 함께 합작법인을 설립하자는 제안을 받고 있다. 인천시도 MRO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인근 약 1600만㎡(50만평) 규모의 부지에 MRO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MRO 문제는 지역논리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주변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 함께 협력하면서 시장의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 사천은 군수(軍需)를 중심으로 항공제조 단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엔진·부품 제조를 기반으로 '수출형 MRO'로 특화하고, 인천은 민항기 중심의 '현장형 MRO'로 초점을 맞추면 서로 윈·윈(win·win)하게 된다.

인천국제공항은 불행하게도 전 세계 44개 대형 공항 중 여객기 정시 출발률(운항정시율) 최하위 공항이다. 항공노선의 급격한 증가로 항공기 기체중정비 서비스, 엔진정비 서비스 등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해 나타난 결과다. 즉 인천공항 인근에 MRO단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정치적인 논쟁은 그만하자. 인천공항이 그동안 준비 부족으로 해마다 4조원 이상이 해외로 유출되는 국부를 막고, 운항정시율 세계 최하위의 불명예도 씻어내고, 앞으로 2028년이면 132조원 규모로 성장하는 글로벌 MRO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는 세 마리 토끼를 잡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주기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김광석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초빙교수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