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화폐 본연의 정신 살리기 위한 콘텐츠 개발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교육본부장
인천이음운영위원회 운영위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며칠 전 경기도 제2차 재난기본소득을 전체 도민 1,400만 명에게 10만원씩 1조4천억 원을 경기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인천e음을 올해 말까지 10% 할인으로 4조 원을 발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은 국비지원액 940억원과 자체예산 2,161억원을 합한 3,101억원이다.

두 단체장들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만큼 지역화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자영업자 살리기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정부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규모를 15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지원예산 1조522억 원을 편성했다.

불과 2년 만에 지역사랑상품권이 이렇게 비약적으로 확대된 배경은 무엇일까?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지역화폐와 지역사랑상품권은 과연 어떻게 다르고 같을까. 사실 이러한 논쟁은 지금에 와서는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화폐 운동 초기에는 개념상 대단히 중요한 문제였다. 지역화폐는 주로 민간이 주도한 관계지향적 대안화폐였고, 지역사랑상품권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한 공공 상품권이었기 때문에 시민사회에서는 이를 지역화폐로 보지 않았다.

최근 지역화폐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전문연구자(이점순, 양준호)들이 인천e음을 지역화폐의 여러 유형중 ‘소비촉진형’으로 등재 학술지에 게재했다. 학문적으로는 지역화폐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지역화폐를 처음 접했을 당시 민간이 주도하는 사례는 대전의 한밭레츠, 과천품앗이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활성화 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공공이 주도하는 지역사랑상품권 역시도 화천군(2005년)과 양구군(2007년), 경기도 성남시(2008년) 등 소수만 유의미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2012년에 ‘연수구 지역화폐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연구용역’에 인천대 사회적기업 연구센터와 함께 참여하면서 이를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성남시와 양구군에 대한 답사와 사례 분석을 통해 중요한 실천 교훈을 얻었다. 당시 대형마트 규제와 골목상권살리기 상인운동을 하고 있었던 터라 민간주도 유형과 공공주도의 장점을 융합한 새로운 지역화폐 모델을 개발하고 싶었다.

특히 당시에 온누리상품권이 2009년부터 전통시장만을 위해 발행되고 있었는데 여기서 소외된 골목상권 상인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당시 매년 100억 원을 발행하고 있는 성남시가 최대규모였음에도 이용가맹점은 전통시장과 인근 상권에 머물러 있었다. 대다수 상인들이 매출 변화를 체감할 수 있기 위해서는 발행량과 가맹점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간발행으로는 한계적이고 공공의 재정이 투입돼야 했다. 가맹점 모집과 소비자선택을 받기 위한 공신력 확보와 민관협치 운영구조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와 정책결정의 용이성을 위한 적정 규모에 대한 판단도 필요했다. 이러한 여러 고민 끝에 구 단위의 지역사랑상품권 형태가 유효하며, 이를 위한 시범사업 추진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사업에 인천서구 연희, 심곡지역의 상인협동조합이 나섰다. 인근에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이 입점예정이어서 위기감이 매우 높았다. 서구청은 직접 나서지 않았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지원금. 인천시민재단의 기금이 투입되었고 상인들도 십시일반 회비를 보탰다. 서구청도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민간활성화위원회도 구성하고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결국 민간역량의 한계를 뛰어넘기는 역부족이었다.

몇 년간의 뼈아픈 실패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구청장의 공약사업으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기초지자체도 한계가 분명했다. 성남시가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발행량을 더 이상 늘리지 못하였던 이유는 예산의 한계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조세수입 구조를 볼 때 지방분권에 입각한 재정분권은 한참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세입비중은 8:2의 구조이지만 지출구조는 국가와 지자체가 거꾸로 4:6이다. 정부는 이를 개선키 위해 세입구조를 7:3으로 확충하고, 6:4 까지 지방이양하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재정구조이다. 이것은 대통령이 결단할 문제였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은 상인들의 어려운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골목상권전용화폐라는 정책으로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그리고 뒤이어 자영업비서관이 신설되었고, 이 운동을 주도했던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회 인태연 상임회장이 초대 비서관으로 임명됐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상인단체들과 중기부, 산업부, 기재부 등 관계부처가 한 자리에 모여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숙의했다. 비서관실 주도로 자영업 단체와 정부로 구성된 ‘현장 소통 TF’를 통해 다섯 차례의 심층토론이 이어졌는데, 그 자리에 일원으로 참석하여 국비지원 문제를 제안하였다.

그러나 협의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논의 당시에는 지원법률이 제정되지 않았기에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었다. 그래서 기획재정부는 지역경제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지 중앙정부의 역할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격렬한 논쟁 끝에 온누리상품권처럼 소상공인 지원정책이므로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로 정리됐다. 한시적 지원이라는 꼬리표도 달렸다. 다행히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지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산고 끝에 2018년 12월 20일 정부는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4년간 추진되는 8대 핵심정책과제 첫 번째가 <지역사랑상품권 8조원 + 온누리상품권 10조원 발행> 이다. 그동안 온누리상품권만 국비지원하는 것에서 지역사랑상품권 국비예산을 처음으로 확보하였다. 지역사랑상품권 10% 캐시백(할인)예산중 8%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지자체들이 재정부담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전국적인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인천시는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의 2배에 달하는 규모를 발행하기 때문에 추가 발행액은 전적으로 인천시 예산으로 부담하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2019년에 2.3조 원, 2020년에 9조 원, 2021년에 15조 원 등 당초 목표 대비 4배 이상 발행되고 있다. 물론 코로나의 영향이 컸지만, 이동주의원의 골목뉴딜 30조원 등 정치권도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우리의 일상이 평상시대로 돌아갈지라도 상인들과 국민들이 이미 그 효과를 맛보았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발행량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렇게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경제 살리고, 골목상권 살리고, 살림살이 살리고, 지역공동체 살리는 살림화폐이다.

이제 인천e음과 전국의 지역화폐는 새로운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화폐에 대한 철학을 올바로 세워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바는 첫째, 외국자본 및 대기업 유치 등 외발적 발전 전략에서 탈피하는 내발적 발전 전략 정립이다. 둘째, 지역선순환 경제시스템을 통한 내부 경제주체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사람중심의 철학이다. 셋째, 지역경제와 지역사회 연계를 통한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연대의 정신이다. 공동체화폐라는 본연의 정신을 살리기 위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지역화폐가 상품을 팔고 사고 교환수단만이 아니라 골목의 상인들을 조직하고 공동사업을 매개하는 역할로 발전해 가야 한다.

인천e음은 중층화와 확장성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광역시-기초구-동-개별모임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중층구조를 통해 모든 참여자들을 대상이 아닌 주체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플랫폼이 갖는 역동성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나눔과 공유경제 부가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인천지역의 중소기업, 소공인, 도매업, 소매업, 중소상공인들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인천e음 플랫폼을 활용한 행정혁신을 통해 시민주권과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