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부터 천부적 재능
현 4종목 '한국신기록' 보유
평영은 절대적 강자 '넘사벽'
올 연세대 진학 지도자 수업

“조금 조금씩 빨라지는 기록을 볼 때마다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25일 경기체고 수영장에서 만난 청각장애 수영선수 채예지(19·사진) 선수의 두 눈에는 데플림픽(농아인올림픽)에 대한 기대감과 열망이 가득했다. 어린 시절부터 수영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던 채 선수는 현재 청각장애 평영 50m, 100m, 200m, 개인혼영 200m 한국신기록 보유자다.

채 선수는 “12월 브라질 카시아스두슬에서 개최되는 제24회 농아인올림픽에 출전 종목마다 입상해 세계 수영계의 1인자가 되는 것이 올해 목표이자 꿈이에요”라고 말했다.

채 선수는 유년시절 청각장애를 얻고 심한 천식으로 몸이 허약한 아이였다. 그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천식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할머니의 손을 붙잡고 처음 수영장에 갔다. 물을 접하다 보니 물놀이가 재미있었고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수영 재능은 우연히 발견했다. 경품에 혹해 신청한 동네 수영대회에서 우승하게 된 것이다. 이후 초등학교 5학년 때인 제42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은메달을 받았고 초등학교 6학년 때는 3관왕을 달성했다.

특히 장애인체육대회 평영부문에서는 절대강자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제9·10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3관왕, 2017년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평영 100m 금메달, 2018년 제38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평영 50m, 100m 금메달, 제3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평영 50m, 100m, 자유형 50m 금메달을 수상했다.

채 선수는 보청기를 끼고 입 모양을 보며 의사소통을 한다. 문제는 그가 훈련하고 시합에 나서는 수영장에서는 보청기를 작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채 선수는 보청기를 빼면 지도자 선생님의 말씀도 놓치고 다시 물어보고 들어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코로나로 인해 선생님 입 모양을 듣지 못해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올해 경기체고를 졸업한 채 선수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다. 비장애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가르치는 유능한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채 선수는 “운동선수를 하는 대부분의 학생이 공부를 등한시하다가 다음 학년으로 진급할 때마다 후회하는 친구를 많이 봤어요. 이들에게 학업도 중요하다는 점을 꼭 알려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채 선수는 연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합격해 선수와 지도자로서의 꿈을 키운다. 올해 단 1명을 뽑은 연세대 체육교육과는 축구와 농구 등 많은 지원자 중에 채 선수를 뽑았다.

채 선수는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연세대학교는 주로 단체종목 선수를 뽑아와 탈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지금도 실감이 나질 않아요”라며 “수영선수로서 매일 훈련하며 대학생활과 학업에도 충실히 하려고 해요. 특히 아카라카(연세대 축제)와 연고전은 정말 기대돼요”라고 말했다.

채 선수는 장애를 안고 운동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자기계발과 희망을 전했다.

채 선수는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주어진 시간만 활용하지 말고 그 외에 시간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기계발도 하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비록 장애를 갖고 있지만 항상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매일 노력한다면 저와 학생들 모두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라고 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