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출범 당시 일화가 떠오른다. 1981년 말 인천·경기·강원을 연고지로 한 프로구단에 지원하는 대기업이 나서지 않아 추진 관계자들에게 애를 먹였다. 막판까지 강원도가 고향인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한테 간청했지만 답은 “NO”였다. 그 절박할 때 나타난 이가 삼미그룹 김현철 회장이었다. 그가 미국 유학시절 메이저리그 광팬이었다는 이유도 한몫했다는 후문이었다. 아무튼 1982년 2월5일 프로야구 구단이 인천에서 창단됐다. 그 구단이 바로 삼미 슈퍼스타즈였다. 삼미는 그후 꼴찌에도 불구하고 숱한 화제를 뿌리며 야구팬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프로야구계에 지난 25일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신세계 그룹이 SK와이번스를 인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튿날 양측은 야구단 인수·매각에 합의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00년 창단한 SK는 21년 만에 간판을 내리고, 인천은 40년 프로야구사에서 6번째 주인을 맞는 셈이다. 이처럼 인천 프로야구 운명은 참 얄궂기만 하다. 정말 뜨거운 야구 열기를 자랑하는 인천에 한 팀이 오래 뿌리를 내리지 못해서다. 인천 프로야구에 다시 주인이 바뀌는 현실은 야구팬들을 몹시 아쉽게 한다. 구도(球都)로 불릴 만큼 야구에 대한 사랑이 대단한 곳이어서 그럴 수밖에 없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인천은 '가시밭길'을 걸었다. 인천을 연고로 창단한 팀은 꼴찌의 대명사로 불렸던 삼미 슈퍼스타즈. 삼미는 프로야구 최다 연패기록(18연패)을 당하는 등 프로 원년 꼴찌에 그쳤다. 결국 삼미는 3년 만인 1985년 청보(청보 핀토스)에 인수됐지만, 그 역시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만년 꼴찌에 그쳐 인천 야구의 자존심을 구기면서, 마침내 청보도 1987년 태평양 그룹(태평양 돌핀스)에 넘어갔다. 태평양은 1989년 포스트시즌과 1994년 한국시리즈 진출 등으로 인천 야구의 자존심을 되찾는 듯했지만, 1995년 현대그룹에 인수돼 현대 유니콘스로 바뀌었다.

현대 시절 전성기를 맞이한 인천 프로야구는 1996년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시작으로, 1998년 인천 최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그렇지만 현대도 인천을 외면했다. 2000년 시즌을 앞두고 서울로 연고를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천덕꾸러기' 자리를 계승한 SK와이번스는 이후 21년간 인천에서 성장을 하며 뻗어나갔다. SK는 그동안 한국시리즈 4차례 우승, 4차례 준우승을 거두며 프로야구 '명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 SK가 이제 프로야구에서 손을 떼려고 한다. SK는 2021시즌을 앞두고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기에, 매각 얘기는 야구팬·선수·코칭스태프 등에게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인천 야구를 대표할 여섯 번째 구단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신세계 그룹이 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하면, SK텔레콤과 KT가 벌이던 통신기업끼리 대결은 사라진다. 대신 롯데그룹의 롯데 자이언츠와 신세계가 야구에서 격돌하는 '유통 공룡' 간 경쟁구도가 새로 형성될 전망이다.

/이문일 논설위원 ymoon5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