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을 노래한다. 인천지하철 1호선 스크린도어에 인천을 담은 여러 소재들로 탄생한 시가 게재됐다. 인천문인협회와 인천지하철공사에서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결과 300편의 응모작 가운데 엄정한 심사를 거쳐 100편을 가려 뽑고 지난 11월13일 시청역에서 제막식을 가졌다.

선정된 작품에는 송도갯벌, 장수동 은행나무, 월미도, 강화 등 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시민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인천의 정서를 담았다는 점이 뜻깊다. 인천지역에 오래 살면서도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장소와 풍경이 시인의 눈을 통해 시인의 마음으로 일반인들에게 전해진다.

시와 시인은 한때 지성과 지성인의 상징이었다. 삶이 고달프고 현실 생활에 허덕여야만 했던 가난한 시절에도 현실에 무관한 시인의 감상주의는 비난받지 않고 오히려 존경을 받았다. 애달픈 삶과 철학이 승화된 한 송이의 꽃과도 같은 시절이 있었다. 산고의 고통에 비유하리만치 절제되고 정제된 언어로 표현되는 시어들은 깊은 여운과 울림을 주기도 했다.

시인들의 삶이나 스토리는 세간에 흥밋거리가 되기도 했다. 때론 일탈을 행하던 기인들도 있었고 현실을 망각하여 주변인을 고통 속에 방치하는 도피적인 사람도 있었다.

오롯이 정제된 언어와 탐미적 세계에서 몽환의 심취에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사람들은 한 편의 시를 음미하며 고달픈 삶을 위로받고 정서적 충만감에 젖기도 했다. 자신의 아픔을 대신 승화시켜주는 정화작용도 해주곤 했다.

그러던 시와 시인들은 세상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경제의 위력이 세상을 지배하고 배금주의적 사고방식이 만연해진 탓이다.

사실 시가 먹고 사는 일을 책임져주지 못하다 보니 정서적 사치로 여기거나 비현실적이라는 비난도 섞여 나오게 됐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사회에서 시를 읽고 음미하는 일은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여전히 문학을 사랑하고 시를 짓는 문인들이 작가라는 직업으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힘든 게 현실이다.

문인들이 책을 내도 잘 팔리지 않으니 생업으로 삼기에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게다가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책을 출판하는 문학 분야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출판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세상 사람들도 문학보다는 유익한 정보 분야의 책에 관심을 더 둔다.

문학책이라 하더라도 과학이나 역사 등을 소재로 한 동화나 소설 등이 더 인기를 끈다.

차제에 시에 대한 낭만을 돌이켜보면 좋겠다. 꽃길을 걸으며 환희에 젖거나 낙엽지는 거리를 걸으며 읊조리던 젊은 시절의 추억에 젖어보자. 아름다운 시어들과 조우하는 일은 멋스럽지 않은가. 일상의 거친 호흡을 잠시 멈추고 시를 외우는 여유를 가져보자.

인천지하철역에서 만나는 인천의 시 울림이 많은 시민들에게 삶의 위안과 인천의 자부심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잠시 시의 세계에 빠져보는 낭만과 여유를 선사해주길 소망해 본다. 철길을 달리는 소음 속에서 시를 싣고 달리는 인천지하철, 시민들의 가슴에 공감의 꽃이 되어 그 향기 더하리라.

/최영희 시인_송도소식지 주민기자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