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비리에 SK와이번스 매각을 결정한 SKT가 언론 보도 후 하루가 지나서야 구단 소셜미디어를 통해 올린 입장문.

 

 

“SK가 야구단을 팔아버림으로써 인천 야구는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두산이 큰 압력에도 야구단을 팔지 않고 버티는 우직한 이미지를 갖게 된 것과는 정 반대다.”

“마치 오랜 친구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내는 것과 같은 비통한 심정이다.”

“기업 논리에 따라 파는 것은 너희들 자유다. 그렇지만 기사 터지고 나니까 팬들에게 통보하는 건 무슨 경우냐. 도대체 어느나라 어떤 기업이 그동안 많은 사랑해줘 감사하다는 한마디 없이 문 닫고 이제 알아서들 하라는 통보를 하나.”

 

구단 내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한다는 갑작스런 보도가 쏟아진 이후 인천 야구팬들은 극도의 배신감과 허탈함을 호소하고 있다.

극비리에 SK와이번스 매각을 결정한 SKT가 언론 보도 후 하루가 지나서야 구단 소셜미디어를 통해 “SK와이번스 인수 제안을 받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신세계그룹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고객들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유통기업의 장점이 프로야구와 만나면 팬 여러분들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매각 결정에 대한 뒤늦은 해명 글을 올리자 곧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다.

인천 야구 팬들은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SKT에 배신감과 분노, 체념과 허탈 등 복잡하고 어지러운 감정을 가감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번 일에 유독 팬들이 깊은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듯 인천 야구가 삼미슈퍼스타즈부터 청보핀토스, 태평양돌핀스, 현대유니콘스까지 유독 아픈 이별을 여러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0년 3월 새롭게 등장한 SK와이번스가 무려 21년 동안 인천에서 활약하는 동안 과거 그 독했던 이별의 상처를 어느새 잊고 ‘우리도 이제 진짜 인천 야구팀을 가졌다’고 느끼고 있던 때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그 충격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크다.

더욱이 이전까지는 파산 등 모기업의 재정 상태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강했다고 한다면, 이번엔 그런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팬들의 상처와 허탈함, 분노는 극한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신계계그룹이 야구단 인수를 통해 인천에 안착할 수 있는 지의 여부는 이렇게 꽁꽁 얼어버린 팬들의 마음을 어떻게 녹이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세계그룹이 26일 “명문 SK와이번스의 역사를 계승하는 것을 넘어 인천 야구,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의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 팬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구단으로 성장하겠다.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를 만들어가고자 위해 팬과 지역사회,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장기적으로 돔을 포함한 다목적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등 인프라 확대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인천 야구팬들의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한 야구 팬은 “그동안 야구장에서 ‘인천 SK’를 목놓아 외칠 때 가장 행복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져 정말 황당하다. 사랑하는 상대와 이별을 하면 누구나 몹시 힘들다. 사랑의 상처는 또 다른 사랑으로 극복한다고 하지만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우리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받았고, 배신을 당한 것과 같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크다. 이런 상태에서 다른 누가 구애한다고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졸지에 소속이 SK에서 신세계로 바뀔 처지에 놓인 구단 관계자 역시 “팬들의 실망과 분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소식을 전혀 몰랐던 우리 내부도 무척 어수선하하다. 하지만 상황을 추스르고자 선수와 직원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 2020년 초 당시 스프링캠프를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SK와이번스 선수단. 사진제공=SK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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