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와 중국의 관계는 아리송한 측면이 많았다. 그런데 미세먼지라는 존재가 한_중관계를 더 애매하게 만들고 있다. 재판정에서나 등장하는 심증과 물증이라는 말이 오르내리고 있다. 심지어 '오리발'이라는 말까지 용도를 발휘한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우리나라 유입은 10여년 전부터 논란이 됐지만 중국은 이 사실 자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지난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왔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미세먼지는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며 중국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내 미세먼지 오염의 30~50%는 중국 탓이고, 심할 때는 60~80%에 달한다는 것이 환경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자신 있게 부인하는 것은 태평양도 건너는 미세먼지가 한국만 건너뛴다는 확신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중국 발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부 해안에 도달해 악명 높은 'LA 스모그'의 한 원인이 된다는 미국 내 보도가 수두룩하다.

이런 가운데 중국 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장면이 위성에 의해 처음으로 관측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말 천리안2B호가 포착한 아시아 지역의 대기질 자료를 공개했다. 공개 영상에는 중국에서 생긴 미세먼지와 황사가 한반도 주변으로 넘어오는 모습이 시간대별로 담겨 있다. 30분 간격의 캡처 사진 4장을 비교해보면 중국에 있는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시간이 지날수록 한반도에 가까워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관측이 이뤄진 날 수도권과 충청, 전북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이었다. 오래 전부터 미세먼지와 전쟁을 벌여온 중국은 도시별 발생원과 이동경로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도 한국으로 넘어가는 미세먼지 조사는 뭉그적거렸다.

우리 정부도 비슷하다. 중국 측에 문제제기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은 “중국에 할 말 하는 서울시장이 필요하다”면서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에) 적극적인 항의와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태도를 '저자세'로 본 것이다.

중국 발 미세먼지는 한국인의 건강과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국가가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하수라는 소리를 듣는다. 중국당국이 봐도 절대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좀 더 축적한 뒤 제시해 중국이 딴소리를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중국인 특유의 진득함 못지않게 끈적한 자세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김학준 논설위원 k1234@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