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는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안겨준다.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정인이 사건) 이후 국민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러자 정부는 며칠 전 급기야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근본적인 원인 진단을 하지 않은 채 상황 논리에만 급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래서 민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엊그제 성명을 내고 “아동인권에 대한 공공기관의 이해도 부족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며 “정부는 아동 인권 관점에서 아동보호 체계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시의회가 지역에서 잇따르는 아동학대 사건·사고 예방에 나서 주목된다. 지자체 중심의 협업 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새로워 보인다. 시의회는 시를 비롯해 지역 의료기관·복지단체 등을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선제적으로 아동학대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은 시가 정책적으로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라고 주문했다. 실례로 최근 미추홀구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사망한 8세 아동을 들었다. 친모에 의해 피해를 당한 아이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현행 행정체계론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인천 서구의회도 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아동학대와 관련한 대책 수립에 돌입했다. 구의회는 최근 '아동학대 방지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학부모들의 의견 수렴은 물론 전문가 의견 청취,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지역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방지 대책 마련과 피해 아동 등의 지원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아동학대를 방지하려면, 무엇보다 각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데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요즘은 가정에서 아이들을 체벌하는 일도 금지하는 추세인 만큼, 각별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아울러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도 아동 돌봄 체계 전반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마땅하다. 그런 다음에야 민관 단위의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허울 좋은 포장만 나열한다면, 아동보호는 만날 구호에 그칠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내놓는 대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체계'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해주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