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현자유시장 유료화장실, 2011년

가끔 집밖에서 '볼일' 볼 때가 있다. 참을 수 없을 급박한 상황에서 눈앞에 공중화장실이 나타났다. 10년 만에 만난 동창생도 그렇게 반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급하게 들어갈 때는 그깟 몇백 원이 아깝나 하는 마음이었다. 막상 볼일을 다 본 후에 마음은 180도 달랐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이 딱 맞았다. 몇 푼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었다. 꼭 10년 전 송현자유시장(양키시장)에서의 일이다.

잔돈이 없기도 했지만 200원을 아끼려는 마음에 사정을 좀 봐달라고 했다. 얼굴만 겨우 보이는 좁은 창 사이로 환하게 웃으며 흔쾌히 무료 사용을 허락했던 관리인 아주머니의 모습이 선하다. 양키시장 2층에 있는 유료화장실의 에피소드는 그곳을 찾을 때마다 기억의 한 장면을 소환하곤 한다.

송현동 100번지, 일명 양키시장이 잘나가던 시절 120개의 점포가 틈 하나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곳에서 화장실 사용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상인들은 물론 시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하얀 양변기가 설치된 깨끗한 화장실은 돈을 내고 사용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시장이 번창했던 시절에는 화장실 운영도 나름 돈이 되었다. 몇십 원으로 시작한 사용료는 2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미 쇠락기에 접어든 지 오래된 양키시장의 화장실을 돈 주고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좋은 시설의 무료 공중화장실이 주변에 생겨나면서 양키시장의 유료화장실은 설자리를 잃었다. 정말 위급한 볼일을 봐야 하는 사람들만 간간이 찾을 뿐이다. 그마저도 관리인이 자리를 비우면 무료나 다름없다.

동인천역 주변의 재개발이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 청사진에 양키시장도 포함되었다. 다시 그리는 개발의 밑그림에 인천인의 애환이 담긴 양키시장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꼭 반영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동인천을 지켜온 사람들도 함께 미래의 꿈을 꾸며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