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 장기수로 통일운동에 헌신했던 박종린 범민련남측본부 고문이 26일 오전 1시 49분 인천사랑병원에서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고 박종린 고문은 1933년 중국 길림성에서 태어나 해방후 북으로 귀국해 만경대혁명가유자녀학원을 다녔으며, 6∙25전쟁 당시 인민군에 입대해 낙동강전투에서 부상을 당했다. 그는 27살이었던 1959년 6월 연락책으로 남파됐다. 그해 12월 체포돼 1960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3년까지 34년간 복역했다.

출옥 후 비전향 장기수 모임인 통일광장에서 참가하며 통일운동에 헌신했다. 고인은 2000년 6.15선언으로 '비전향 장기수' 송환이 합의되어 꿈에 그리던 북녘땅으로 돌아갈 희망에 부풀었으나 통일부에서 사상 전향자로 분류해 1차 송환 명단에서 탈락되는 좌절을 겪어야 했다.

이후 2001년 범민련 경기인천연합 고문을 맡았다. 2007년 6월 평양에서 열린 6.15 7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에 참가했다. 이때 평양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고인은 100일도 안 돼 헤어졌던 딸 옥희 씨와 딸 가족을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고인은 2015년부터 범민련남측본부 고문을 맡았다. 2017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이어오던 중 올해 1월 대장암 증세 악화로 인천사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오다가 26일 북에 남겨놓은 외동딸을 다시 볼 날을 고대하다가 통일의 꿈을 간직한 채 영면했다.

고인은 생전 한 인터뷰에서 "제 마음에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두 개의 나라가 있습니다. 그리고 통일코리아라는 하나의 조국이 있지요. 어서 하나의 나라가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라고 말했다.

고인의 빈소는 인천사랑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27일 오후 6시 추도식을 갖고 28일 오전 6시 발인할 예정이다. 장지는 비전향 장기수들이 묻혀있는 서울 종로구 금선사로 정해져 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