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박상천, 박규민, 안태웅. 인천복싱아카데미 출신인 이들은 2019년 당시 공식 대회인 경찰청장기 전국복싱대회에서 엘리트 선수들과 겨뤄 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뤘다. 사진제공=인천복싱협회

“어린 학생들은 인천 복싱의 미래다. 앞으로도 꿈나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우리 실업팀 지도자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나아가 대회 성적을 넘어 복싱을 포함한 모든 체육종목과 체육인이 인천시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으려면 재능기부 등 다양한 봉사 활동을 지역 내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김원찬 인천시청 복싱팀 감독의 소신이다.

그는 무려 2명의 제자(신종훈-2014인천, 오연지-2018자카르타•팔렘방)를 동시대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키워내며 지도자로서 누구보다 뛰어난 업적을 이뤘지만 결코 만족할 수 없었다.

복싱의 불안한 미래 때문이다.

한 때 복싱은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인기종목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워낙 힘든 운동이라 복싱을 하려는 어린 선수들도 별로 없고, 복싱을 시키려는 부모들은 더더욱 드문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년체전이나 전국체전을 하면, 일부 체급에는 아예 인천 대표를 뽑아 내보내지 못할만큼 선수가 부족해진지 오래다.

그 누구보다 복싱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넘치는 김 감독은 이를 극복할 대안이 없을까 고민하다 2019년 2월 인천복싱아카데미를 세웠다.

매주 월, 수(18~20시), 토(10~12시) 정기 훈련을 통해 복싱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을 모아 인천시청 복싱선수단이 가르치는 ‘재능기부’ 활동을 펼침과 동시에 ‘꿈나무 선수를 발굴•양성’하자는 취지다.

그는 복싱아카데미 수강생 중 취미로 시작했지만 복싱에 소질이 있고, 선수로 활약하고 싶은 의지가 생길 경우 이들을 각종 대회에 출전시키면 선수 부족에 따른 출전 체급 공백도 메꾸고, 나아가 궁극적으로 복싱을 사랑하는 복싱인을 키워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인천복싱아카데미에서 인천시청 소속 선수들에게 취미로 복싱을 배우던 학생 박상천(-81kg 1위/고등부)과 박규민(-66kg 2위/중등부)과 안태웅(-75kg 3위/중등부)이 2019년 경찰청장기 복싱대회 고등부 및 중등부에서 입상했다.

지난해에는 홍준혁(-80kg)이 2020년 대통령배복싱대회 중등부 3위, 2020년 청소년국가대표선발대회 2위를 하며 2021년 인천체고 엘리트 선수로 진학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뿐 아니라 인천복싱아카데미는 전문 선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일반인들에게 복싱을 가르칠 수 있는 재능기부 봉사 활동을 펼침과 동시에 지도 경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심판 등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수도 있다.

실제, 지난해에는 엘리트 선수 은퇴 후 소속을 바꿔 인천복싱아카데미에서 복싱 지도 및 훈련을 병행하던 노희민(2018년부터 2년 동안 인천시청 복싱부 소속)은 2020년 경찰청장기 복싱대회 여자일반부 -75kg급에서 우승, 경찰청 무도 특채를 통해 경찰관이 되기도 했다.

김원찬 감독 겸 인천복싱아카데미 원장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복싱 꿈나무 발굴과 전무 지도자 및 심판 양성은 물론, 재능기부를 통한 봉사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목적을 가지고 종합 복싱인 양성단체인 인천복싱아카데미를 만들었다. 아직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 특히, 엘리트와 생활체육 통합 및 민선 체육회장 시대를 맞아 체육이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는 이 시기 인천복싱아카데미가 체육계에 작은 희망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 2018년 9월 1일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복싱에 출전해 한국 여자선수로는 처음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오연지와 당시 스승 김원찬 감독. <인천일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