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선물은 말씀공동체와 밥상공동체이다. 인류는 공동의 작업(팀웍)을 통하여 생산물을 만들어내고, 공동의 작업을 위하여 공동의 말씀(의사소통)을 나누고, 공동의 성과를 나누기 위하여 공동의 밥상을 즐겼다. 이러한 인류사회의 지속성을 위한 최상위 작위물이 정부이며, 기업이며, 교회이며, 학교이며,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진행된 코로나19는 인류의 보편적 삶을 극단적으로 해체하려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 '거리두기'로 인해 만남, 말씀의 나눔, 음식의 나눔은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비접촉 삶의 확산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인류의 본질로서의 만남, 말씀의 나눔, 음식의 나눔에 대해서는 강조하지 않고 있다. 전화, 유무선인터넷, 스마트폰, 영상통화, 유트브, 그룹대화방, 그룹콜, 라이브톡, 줌 등은 아무리 궁리해도 한계가 있다.

인류에게는 직접적 만남, 말씀의 나눔, 말씀으로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말씀의 고저, 말씀의 외침, 얼굴표정, 손짓, 몸짓 등으로부터 획득하는 의미의 공유, 배고픔에서 나오는 차가운 말씀, 맛있는 먹음에서 나오는 흐믓한 말씀, 배부름에서 나오는 여유로운 말씀, 더하여 술기운에 의지한 진솔한 말씀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만남의 미학이 존재한다. 더구나 청춘남녀는 만나고, 말씀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면서 사랑이 싹튼다. 그 사랑의 결실이 인류의 지속성을 보장해 주고 있다.

인류의 지적 전승은 말씀(형식지)의 과정에서 말씀의 행간에 담겨 있는 의미(암묵지)의 전달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라오쯔(老子)는 “훌륭한 선비의 말씀은 미묘현통(微妙玄通)하여 그 깊이를 알 수 없었다(深不可識). 무릇 오직 헤아릴 수 없으므로(夫唯不可識), 억지로 형용한다면(强爲之容), 머뭇거림이 겨울철에 내를 건너는 것 같고, 조심스러움이 사방의 이웃을 대하듯 두려워하고, 근엄함은 손님과 같고, 풀어짐은 얼음이 장차 녹는 것 같고, 두터움은 다듬지 않은 통나무 갖고, 넓음은 골짜기 같고, 뒤섞임은 흐린 물과 같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억지로 형용하기 위해(强爲之容) 만남은 필연이다. 눈과 눈이 마주치고, 기와 기가 맴돌아, 순간의 스쳐감이 뇌에서 응집되어 쏟아져 나오는 새로움의 영속, 멍때림 속에서 새로움의 영속을 넘어 피안 훔쳐보기 등이 강의실에서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호적 신내림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부는 2020년 1~3월에는 진단도구도 없고, 치료제도 없고, 백신도 없고, 병실도 부족한 상황에서, 확진자의 최대한 엄격한 분리로 접근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 이후 진단도구가 생산되어 확진자의 식별이 용이해졌으며, 병실이 추가적으로 확보되었으며, 임상적으로 성공한 치료방법이 공유되었다. 그리고, 1년이 흘러서 2021년 1월 진단도구는 대량생산되고 있고, 치료제와 백신도 우리 옆으로 요란하게 다가왔다.

시민의 권리와 세금을 위임받은 정부가 선진국이고자 한다면, 시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만남의 복원을 위하여, 모든 역량을 우선 인구대비 검사비율을 높이는데 쏟아야 한다.

2021년 1월 20일 기준 인구대비 검사비율은 G7인 미국(인구대비 검사비율 87.3%, 인구대비 확진자비율 7.5%). 일본(4.7%, 0.3%), 독일(43.3%, 2.5%), 영국(95.9%, 5.1%), 프랑스(61.9%, 4.5%), 이탈리아(49.0%, 4.0%), 캐나다(44.1%, 1.9%), 강소국인 호주(48.9%, 0.1%), 네덜란드(37.0%, 5.4%), 벨기에(65.6%, 5.9%), 덴마크(208.3%, 3.3%), 스웨덴(48.5%, 5.3%), 핀란드(47.9%%, 0.7%), 노르웨이(58.8%, 1.1%), 스위스(46.6%, 5.8%), 오스트리아(45.1%, 4.4%), 홍콩(81.9%, 0.1%), 싱가포르(103.2%, 1.0%), 신흥강대국인 인도(13.6%, 0.8%), 브라질(13.4%, 4.0%), 러시아(66.7%, 2.5%), 중국(11.1%, 0.0%, 데이터 신뢰도 낮음) 등이 일본(4.7%, 0.3%)을 제외하고 한국(10.1%, 0.1%)과 비교하면 모두 높다. 호주와 홍콩은 인구대비 확진자비율이 0.1%로 우리와 동일하면서도 인구대비 검사비율은 각각 48.9%, 81.9%로 매우 높다.

한국이 인구대비 검사비율을 10.1%에서 30%, 50%, 70% 수준으로 급격히 늘리면서(검사프로세스와 설비의 획기적 전환), 확진자를 식별하고(확진자 수용시설 증설), 양성이면 치료제를 조기에 투입하고, 음성이 나오면 백신을 투입하는 코로나19 대응 프로세스를 실현한다면, 우리의 만남과 신뢰는 빠르게 복원될 수 있을 것이다.

/최정철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