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발 1차 위기 피해갔으나
지난달 시작된 3차 확산엔 직격
확진자 급증…중환자 병상 부족

“중국 국적의 35세 여성 1명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확진돼 국가 지정 입원치료병상에서 격리 치료 중이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20일 인천시 보도자료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국내 최초 코로나19 확진을 알린 소식이었다.

일본 관광차 환승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던 중국인이 전날 오후 1시 유증상자로 분류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2시간여 만에 이 여성은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됐다. 그날 오후 검체는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로 옮겨져 검사가 진행됐다. 이튿날 나온 검사 결과는 '양성'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로 확산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코로나19가 국내로 유입된 지난해 1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사회로 2차 감염이 번지면 방문력과 무관하게 호흡기 증상자들을 모두 선별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며 “의심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그런 상황은 생각도 하기 싫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려는 현실이 됐다.

▲수도권 확산에 휩쓸린 인천

'2번 확진자'는 그로부터 한 달여 뒤인 지난해 2월22일 발생했다. 대구 신천지예수교 집회에 참석했던 50대 여성이었다.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은 전국에 퍼졌다. 당시 1차 유행까지만 해도 인천은 '청정지역'으로 꼽혔다. 코로나19 첫 발생 이후 석 달간 인천 확진자는 100명을 밑돌았다.

인천의 위기는 유행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처럼 보였던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됐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벌어지면서다. 1차 유행에 이어 지난해 8월 광복절 집회와 교회 관련 집단감염으로 2차 유행이 시작됐다. 지난달 인천에서 1479명이 확진된 연말 3차 유행이 찾아오며 인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594명(19일 오전 기준)까지 치솟았다. 1년 전에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확산세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같은 생활권으로 묶인 수도권의 공동 방역 대응의 중요성도 떠올랐다. 고광필 인천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은 “코로나19 초기만 해도 인천은 상대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있었고, 선제적 방역 대책이 이뤄졌다”며 “3차 유행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인천에서도 바이러스 전파가 급격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감염병에 대응할 공공병원 필요”

코로나19는 인천 10개 군·구 가운데 섬 지역인 옹진군을 제외한 시내 전역으로 퍼졌다. 특히 부평구는 809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바이러스는 나이도 가리지 않았다. 시 자료를 보면 0~9세(97명)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확진자는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44명으로 늘어난 인천 코로나19 사망자는 50대 이상에서만 나왔다. 특히 3차 유행 과정에서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발생한 집단감염 여파로 80세 이상 연령층에서만 26명이 숨졌다.

코로나19는 공공의료 체계의 중요성도 일깨웠다. 국내 '1번 환자'의 완치를 이끌어낸 인천의료원이 코로나19 사태 시작부터 지금까지 고군분투하는 형국이다. 3차 유행 과정에서의 확진자 급증은 중증환자 병상 부족 문제로도 이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백신 접종이 다음달부터 시작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억눌린 인천시민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 단장은 “코로나19 사태가 1년째 지속되면서 '조금만 더 참으라'는 말을 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도 1~2년 안에 종식될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방역수칙 준수는 여전히 중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감염병 유행에 대응하고,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공공병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순민·김은희 기자 smlee@incheonilbo.com



관련기사
[코로나19, 1년...끈질기게 버텨낸 인천시민]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에…내일을 꿈꾼다 언제쯤이면 끝날까. 매일 곱씹고, 바란다. '오늘도 무사히'.코로나19가 2020년을 뺏어갔다. 이 시간에도 몹쓸 바이러스는 어디서 마수(魔手)를 뻗었는지 알 수 없다. 한뼘 남짓 마스크가 생명을 지켜내는 유일한 파수꾼이다. 더는 버틸 힘도, 여유도 사그라졌지만 그래도 신발 끈을 고쳐맨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가족이 무너지고, 회사가 휘청이며, 사회가 주저앉는다. 긴 터널 끝의 '일상'을 기대하며 300만 인천시민은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우리나라 코로나19 시작은 인천이었다. 2020년 1월20일 중국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