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련동 수출단지 5시간만에 진화
노후차량 유출 기름 등 발화 취약
문학경기장·센트럴파크 위험성
“사업자 안전의식 강화 절실” 조언
▲ 19일 화재가 발생한 인천 연수구 중고차수출단지 한 업체에 검게 탄 수십대의 중고차들이 가득 차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19일 낮 12시쯤 인천 연수구 옥련동 중고차 수출단지.

이날 새벽 큰불이 났던 3300㎡ 규모의 쇼링장(컨테이너 적입 작업장)에선 소방관들이 잔불 정리를 하고 있었다.

현장에는 불에 타 앙상한 뼈대만 남은 중고차 100여대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한쪽에선 외국인 여러 명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폐차장에서 온 한국인 여성은 “여기에 있는 차량들은 아프리카 가나로 수출하려 했던 중고차들이고, 흑인들은 가나에서 온 바이어”라며 “차량용 가스통이 터지면서 큰불이 난 것 같다. 그나마 사람이 안 다쳐서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수출용 중고차를 컨테이너에 옮겨 싣는 작업이 이뤄지는 쇼링장이다. 컨테이너에 들어간 중고차들은 선박에 실려 해외로 보내진다.

불에 탄 차량들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폐차장으로 보내져 압축 처리된 뒤 고철용으로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는 이날 오전 2시20분쯤 큰 폭발음과 함께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소방관 112명과 펌프차 등 장비 43대를 투입해 화재 발생 5시간여 만인 오전 7시24분쯤 완전히 진화했다.

소방당국은 중고차 보관 컨테이너에서 불이 시작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 수출용 중고차나 폐차를 다루는 작업장에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소방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달 14일에도 새벽 시간 옥련동 한 폐차 부품 수출업체에서 불이 나 중고차와 차량 부품 등 28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냈다. 당시 불은 50여분 만에 진화됐다.

지난해 10월28일 동춘동 한 아파트 단지 앞 고물상에서 발생했던 화재 사고도 작은 불씨가 작업장에 무더기로 쌓여 있는 폐타이어와 프레임(자동차 뼈대)으로 옮겨붙어 큰불로 번지게 된 사례로 꼽힌다.

다수의 수출용 중고차들이 보관돼 있는 문학경기장과 송도 센트럴파크 지하 주차장도 불이 날 경우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노후 차량인 중고차는 기름이 흘러나올 가능성이 높아서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차량을 다루는 야외 작업장을 대상으로는 소방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사업자의 안전 의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