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6년 독립한지 245년이 된 미국이 극심한 분열사태를 겪은것은 남북전쟁 때였다. 표면적으로는 남부의 대농장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흑인해방이 남북대결의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공업화되고 있는 북부와 농업기반의 남부간의 현실적 이해관계 때문이기도 했다. 62만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4년만에 끝난 남북전쟁을 끝내면서 승리한 북군사령관 그랜트와 패배한 남군의 리 장군이 만나 휴전을 협의하고 합의했던 장면을 프랑스의 문호이자 역사학자이기도 한 앙드레 모루아는 그가 집필한 <미국사>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1865년 4월9일 버지니아주의 애포매톡스에서 만난 두 장군의 겉모습은 대조적이었다. 패배한 리 장군은 수려한 용모에 새 군복을 입고 화려한 군도(軍刀)를 차고 있었지만 그랜트는 병사의 군복을 볼품없이 걸치고 있었다.… 그들은 다 같이 그리스도교 신자였고 신사였으며 위대한 군인으로서 용감히 싸웠다. 그러나 두사람은 똑같은 괴로움을 이겨내야 했다. 리는 항복하는 괴로움을, 그랜트는 적군의 비통한 모습을 지켜보는 괴로움을 겪었다.… 휴전조건은 관대했다. 남군 병사들은 선서후 귀가하면서 말까지 가져갈 수 있었고 남군 병사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랜트 장군은 2만5000명분의 군량을 보냈다. … 두 장군이 회담 내내 변함없이 보여준 위엄, 인정, 순박함은 모든 사람들을 탄복하게 했다.'

46대 미국합중국 대통령으로 오늘 취임하는 조 바이든(78)대통령은 160년전 남북전쟁때와 같이 심각한 내부균열을 치유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미국 국민들은 물론 전세계 미국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시민들로부터 부여받고 있다. 지난 4년간 도널드 트럼프 전직 45대 대통령은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외치며 당선되었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로 재선에 도전했으나 실패하는 과정에서 극단주의자들을 선동하며 의사당 점거소동까지 유발했다. 의회출신 또는 주지사들이 대통령이 되는 미국의 관례와는 달리 기업인으로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3차 산업혁명으로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과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믿는 사람들의 불만을 극대화했다.

4년전 일부 경합주에서 근소한 표차로 승리한 그는 재선을 위한 선거에서는 반대현상으로 바이든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지난 4년간 세계보건기구(WHO)같은 국제기구와 파리기후협약같은 국제협약에서 탈퇴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로 일관한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고립을 자초했다.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되며 미국의 패권이 또다른 도전을 받으며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종언을 앞당기는데 앞장선 격이 되었다. 미국 못지않게 안락하고 풍요롭게 사는 나라와 시민들이 지구상에 점점 더 많아지는 변화의 시대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것이 트럼프의 한계이기도 했다.

50여년간을 워싱턴의 정치무대에서 막강한 권한을 지닌 상원의원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8년간을 부통령으로 지낸 바이든 신임 대통령은 누가 보든지 무난한 성품에 폭넓은 경륜 그리고 합리적 세계관을 가진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상원의 인준절차가 남아있지만 그가 지명한 26명의 장관급 인사중 백인 남성은 9명뿐이며 여성만도 12명에 이른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여성이 부통령이 된데 이어서 원주민(인디언) 출신과 동성애자도 장관에 지명되었다. 스페인(히스매릭)계가 3명이며 국방장관과 주택 . 도시장관 지명자도 흑인이어서 바이든 행정부 장관들의 면모를 보면 미국의 실제인구와 사회구성과 유사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정치 베테랑 대통령의 수준과 배려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파리 기후협약에 재가입하고 이슬람국가 시민들의 입국금지를 철회하면서 전통적인 동맹국가들과의 유대를 복원할것으로 보인다. 국내적으로도 1.9조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예산과 일인당 1400달러의 지원금지급등을 우선 처리하고 실천할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국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토니 블링건과 셔면 부장관 내정자 모두가 북한을 제재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한반도 정책에 일대 전환이 예상되기도 한다. 혼돈의 지난 4년에 막을 내리고 초강대국 미국의 위상과 역할이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서 정상궤도로 진입하기를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신용석 언론인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