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한파 속 배달봉사 열기
주민 “겨울나기 고민 덜어” 감사
현재까지 소외층에 12만장 전달

단체활동 자제 분위기 일손 부족
연탄은행 “도움손길 절실” 호소
▲ 지난 16일 오전 인천 동구의 한 달동네에서 연탄을 나르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텅 비어 있던 연탄창고가 가득 차니 올겨울 걱정이 사라졌네요.”

아침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내려간 지난 16일 오전 인천 동구 한 달동네. 학생부터 젊은 청년까지 5~6명의 사람들이 연탄을 배달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각자 나무 지게에 연탄을 4개씩 싣고 가파른 계단과 좁은 골목길을 오가며 봉사 활동을 펼쳤다. 장당 3.5㎏에 달하는 연탄을 배달하면서도 얼굴엔 힘든 기색이 없었다.

가장 먼저 연탄을 받게 된 주민 노복실(73·여)씨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노씨는 “코로나19로 연탄 기부가 줄어들어 올해는 받지 못할 줄 알고 아껴 쓰고 있었는데 이렇게 찾아와줘 감사하다”며 “연탄이 몇 장 남지 않아서 올겨울을 어떻게 보내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겨울철 한파 걱정이 이중으로 겹친 상황에서 인천지역 취약계층을 보듬기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사회적 협동조합 '인천연탄은행'에 따르면 전날 오전 자원봉사자들은 4가구에 총 800여장의 연탄을 배달했다. 현재까지 약 12만장의 연탄이 어려운 가정에 전달됐다.

코로나19로 공공근로를 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던 유모(70)씨도 이날 자원봉사자들을 반갑게 맞았다. 유씨는 지게를 짊어지고 연탄을 나르는 봉사자들이 일을 마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유씨는 “쌓여가는 연탄을 보면서 올겨울 걱정도 크게 사라졌다”며 “날은 추울지 몰라도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탄 배달 봉사 활동도 코로나19를 피할 수 없었다.

당장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수가 모이는 활동을 자제하면서 연탄은행을 찾는 기업과 단체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정성훈 인천연탄은행 대표는 “연탄을 가져다줄 수 있냐는 문의는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연탄을 배달할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13년 동안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너무 힘들다. 봉사 활동 신청자가 10명이라면 이 중 절반은 당일 감염 우려 등으로 나오지 못하겠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앙사고수습본부 문의 결과 봉사 활동의 경우 사적 모임에 해당하지 않으며 행사 기준에 부합한 49명까지 참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연탄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위해서라도 여러 단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