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에 사무친다는 말의 무게 바람은 알까

 

팽나무 그늘이 피아노 건반처럼 누르는 강 물결 위로

가볍게 혹은 무겁게 노을이 진다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허락도 없이 사무쳤던

그 적막에도 몰약처럼 꽃이 진다

 

지는 것, 그거 참 다행이다

가까이 혹은 멀리서 출렁이는 피아노 소리 따라

작은 나룻배가 붉은 울음을 주워 담는데

 

저무는 것이 어디 사랑뿐이랴

목쉰 나루터가 손나발로 일몰을

사무치게 부르는 이유 조금은 알 것 같다

 

단 한 번의 연습 없이 철드는 강물처럼

노을은 지는 게 아니라 자꾸 떠오르는 것

사문진에는, 일몰도 일출이다

▶2021년 새해 첫 시의 소개를 '사문진 일몰'로 하게 된다. 지난 한 해는 내남없이 모두가 힘이 들고 '뼈에 사무친다는 말의 무게'처럼 고통스런 한 해였다. 지금도 그 고통과 아픔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단 한 번의 연습 없이 철드는 강물처럼' 이 고통도 시간이 가면 언젠가는 다 치유가 되지 않겠는가. 사랑도, 미움도, 저물고 아파야 '노을은 지는 게 아니라 자꾸 떠오르는 것'으로 이해가 되고, '일몰도 일출'이 되는 이 육화의 순간들은 우리가 한평생 살아가면서 몸소 겪고 깨닫는 삶의 이치가 아닐까. 역병의 창궐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반복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올 한 해는 이 시의 싯귀 '일몰도 일출이다'처럼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해. 새로운 날, 새로운 해가 온 세상에 두루 비추어서 모든 이들이 하는 일들마다 다 이루어지는 나날이 되셨으면 좋겠다.

/주병율 시인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