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소통창구로 갈등의 실타래를 풀다

소음 등 시민 고통이 사회적 문제되자
2013년 군공항 이전·지원 특별법 제정
이후 '이전 건의서' 통과되면서 운영 시작

군공항 국책사업 … 지자체 역할 미미하지만
잘못된 정보로 인한 다툼 최소화 위해 노력
지금까지 현장 토론회 개최만 193회 이르고
민군 통합국제공항 건설 논의 띄우기도

올해 갈등전문가 통한 시민의견 점검 등
5자 협의체 화성시까지 함께하도록 노력
▲ 염태영 수원시장, 김진표 국회의원 등 관계자들이 2014년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국방부에 접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수원시
▲ 2015년 수원시민과 각계 관계자들이 군공항 이전 및 상생발전을 위한 '시민협의회'를 출범시켰다. 협의회는 시민 의견 전달 등 역할을 한다. /사진제공=수원시

수원시와 화성시는 개발 인프라가 거대한 '메가급 도시'다. 하지만 도심 한가운데 '군공항'이 자리 잡은 불균형 구조 탓에 소음 피해 등 심각한 문제를 앓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군공항 이전'이 대통령 공약 및 정부 과제로 등장했고, 수원시에 그동안 없던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지기 이른다.

 

▲'시민 피해'로 탄생

수원시가 군공항 관련 조직을 만든 계기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간다. 2000년 초반, 국가적인 개발정책에 수원·화성 지역도 상당한 인구가 유입됐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수원 장지동, 화성 황계동 일원(면적 약 5.2㎢)에는 군공항(제10전투비행단)이 일제강점기 이후 70년 가까이 운용되고 있다.

매일 전투기가 이륙과 하강을 반복하며 비행훈련이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가장 최근 조사에서 두 지역 소음 노출 면적은 약 34.2㎢이고, 25만3044명(수원18만6456명·화성6만6588명)에 달하는 인구가 직접 피해를 겪는 것으로 추정됐다. 소음은 낮은 수준이어도 굴착기를 마주한 정도를 체감케 한다. 질환을 앓는 주민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이 발간한 연구보고서는 전투기 소음피해가 수면 방해, 청력 상실과 난청, 혈압 상승 등을 수반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도 빚어진다. 수원·화성 통틀어 소음피해 영향권에 해당한 학교는 33개교(초21·중7·고5)에 달한다. 인천·김포공항 등 '민간공항' 대비 10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김포시, 부천시에서 이들 공항의 소음영향을 받는 학교는 각각 약 5개교에 그친다.

결국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2013년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마련됐다. 이듬해 수원시는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국방부에 제출했으며, 2015년 '적합' 평가를 받았다. 시는 이 시기부터 태스크포스(TF·기획팀) 운영에 돌입했다. 4년째인 현재는 '군공항이전협력국'으로 확대됐다. 시민 피해가 유례없는 지자체 조직을 만든 것이다.

▲'소통'과 '가교' 역할

문재인 대통령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군공항 이전사업은 국책 사업이다. 국방부가 추진 여부 등 모든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 역할은 사실상 한정돼있다. 시 군공항이전협력국은 이에 소통 과정에 가장 힘을 들이고 있다. 시민을 대상으로 군공항 이전 필요성에 대해 홍보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이 대표적이다.

군공항 이전은 피해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으나, 기피시설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각도 뚜렷하다. 문제는 일부 잘못된 정보로 인해 오해와 불필요한 다툼도 있다는 점이다. 국은 2018년부터 양 지역 시민이 참여하는 토론의 장을 만들었다. 현장 개최 횟수만 193회에 이른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문제점 및 개선사항 등을 자유롭게 논의했다.

9개 분과 116명이 참여한 군공항 이전 시민협의회 등 단체와 민·관 소통창구도 수시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으로 대립만 했던 과거와 달리 상생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국 관계자는 설명한다. 실제 시민들끼리 '상생협력'을 맺고 농산물 직거래, 농촌 일손돕기 등 서로를 돕는 훈훈한 일도 있었다. 또 국은 시민들로부터 제기된 의견을 분석, 국회와 함께 해결을 모색하는 역할도 했다.

입길에만 오르내리던 내용이 시를 통해 공론이 되면서, 유사시 양 지역에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아온 '탄약고(약 52만9000㎡·열화우라늄탄 133만발 추정)'를 놓고 군이 안전기준을 재차 검토하는 등 성과가 있었다. 

군은 더해서 미군에 탄약고를 타 미군 부대로 이전해달라는 요청 했으나, 미 측의 답은 아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은 2019년 소음피해 보상을 골자로 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지자체 중 가장 빠르게 '소음영향 및 피해 조사'를 실시했고, '민·군 통합국제공항 건설' 사안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통합국제공항은 지역발전 및 수도권 항공수요 분산 차원에서 시민단체, 국회, 전문가 등으로부터 떠오른 대안이다. 2018년 경기도 산하 경기주택도시공사(당시 경기도시공사) 연구용역 결과, 투입비용이 적고 상당한 이용수요가 예측돼 높은 타당성 수치를 보인다.

국은 이 또한 국회와 협력해 시민 여론을 정부 부처에 전달했다. 그 결과 국방부와 공항개발 사무 주체인 국토교통부가 건설 가능성을 살펴보기에 이르렀고, 올해 안으로 '제6차공항개발종합계획(2021~2025)' 반영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 밖에 국은 종전부지 지자체장이 이전 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을 실행해야 하는 의무에 따라 국제공항과 광역도로·철도 개통, IT·항공물류단지 조성, 관광산업 연계 등 등 여러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갈등 해결' 어떻게

군공항 이전은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시민들이 말하는 사유는 너무나 다양하다. 생각하는 해법도 다르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할 방법으로 시민 간 직접 의논이 오가는 '공론화'가 꼽히지만, 이미 국방부의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단계부터 지자체 간 감정이 꼬여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방부·공군본부·경기도·수원시·화성시 5자가 참여하는 '갈등관리협의체' 회의가 2017년 2월부터 현재까지 무려 59회나 열렸으나 화성시는 전부 불참했다. 지역의 반발은 주로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에 시작된다. 정부가 사전 공론화를 실행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운 대목이다.

국은 이에 양 지역 시민들의 지혜를 모은다.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꾸준히 마련해왔으며, 상생센터를 운영해 상시적인 의견이 오가도록 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제한이 있지만, 온라인 토론 등을 적극 검토 중이다.

갈등분야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팀이 있어 시민 의견을 점검하고, 올바른 공론 시스템의 방향으로 개선이 가능하다. 정보 공유도 범위를 확장하고, 객관성을 갖춰 시행할 방침이다. 이는 합리적인 방안으로 불린다. 갈등이 첨예한 '제주 제2공항 건설'도 한국갈등학회 등 전문가들이 해법을 연구한 결과, 찬·반 모두 의논하고 조사하는 '숙의형 공론'이 압도적으로 꼽혔다.

최근 수원 세류·서둔·권선, 화성 병점·진안·동탄 등 지역에 학생들의 피해 문제가 대두되면서, 민원과 경기도 청원 등으로 합리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국은 이에 국방부 등 정부 부처가 상시적인 소통창구를 마련, 시민들과 설명 및 논의를 거듭하기를 희망한다. 또 지원사업 요구 등 시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시민 호응하는 지역 발전사업 발굴로 고통에서 해방시키겠다”

 

-심규숙 수원시 군공항이전협력국장

 

▲ 심규숙 군공항이전협력국장이 인천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심 국장은 조직이 '지역 발전사업 발굴'과 '시민 소통' 역할에 주력한다는 설명이다.
▲ 심규숙 군공항이전협력국장이 인천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심 국장은 조직이 '지역 발전사업 발굴'과 '시민 소통' 역할에 주력한다는 설명이다.

“군공항은 한 지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닙니다. 피해 해소뿐만 아니라 지역발전 사안도 달려있기에, 시민들의 주체적인 참여가 꼭 필요한 것이지요.”

심규숙 수원시 군공항이전협력국장은 14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공론화 과정이 문제를 풀 수 있으며, 정부·지자체는 시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심 국장은 여러 사안이 얽힌 군공항 이전은 넓은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수십만 수원·화성시민이 오랜 시간 피해를 감수하고 살았다. 도심 속 군사시설이라는 불균형 해소는 정부가 정한 과제”라며 “보상으로 매년 수백억대 재정이 소모돼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에서 지원사업을 정하고 있는데, 국제공항 건설을 동시에 하면 일자리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라며 “삼성·LG·SK하이닉스 등 물류기업의 활성화, 광역도로 및 철도가 개통은 당연하다”이라고 덧붙였다.

심 국장은 관련해 평택시 사례를 들었다. 평택에 주한미군 이전 뒤 약 17년간 무려 18조9796억원이 투입, 시민 숙원사업과 지역 발전을 위한 개발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군공항 이전 시 소음완충지, 주거시설 이전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 할 방침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피시설이라는 점에서 모든 시민을 설득하기란 어렵다. 심 국장은 “인구유입 지속으로 미래로 갈수록 악화된다. 학생 학습권 침해로 해결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군 또한 양 지역 주택이 늘어나면서 훈련에 악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심 국장은 갈등 대책으로 “의견 수렴이 가능한 소통창구를 개방하고, 숙의 과정을 거쳐 시민 간 합의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는 전문가 집단 등의 의견을 통해 올바른 정보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은 올해 우선 목표로 지원책의 토대를 세운다. 심규숙 국장은 “이전지역 시민들이 생각한 것 이상의 사업을 발굴한 뒤, 정부 계획에 반영되도록 하려고 한다. 통합국제공항이 첫 단추 격”이라며 “수원·화성이 피해에서 해방되고, 대도시로 한 단계 더 도약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