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남북 국민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코로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코로나 남북 공동방역을 통해 복원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기조에 맞춰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박남춘 시장이 북한에 제안했던 공동방역체계 구축을 다시 북측에 제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당시 박 시장은 코로나와 함께 말라리아,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에 대한 남북 공동의 보건환경 대응력 개선을 위해 공동방역을 촉구했지만, 북으로부터 별다른 답을 받지 못했다.

사실 남북관계에 있어 공동방역은 상대적으로 공감대 형성이 쉬운 과제다. 전염병으로부터 공동 생존을 도모하는 것은 이념이나 체재에 구애받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비록 지속적으로 실행되지는 못했지만, 인천시는 수년간 북한과 함께 접경지역 말라리아 방역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심지어 남북관계가 험악했던 박근혜_이명박 정권에서도 남북 공동방역을 실시했다.

경기도 역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21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북한과 말라리아 공동방역을 실시했다. 인천_경기가 북한에 말라리아 진단키트, 방역차량, 구제약품 등을 지원하고 공동방역을 실시한 결과 접경지역(인천, 경기, 강원) 말라리아 감염자가 2007년 2227명에서 2013년 445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현재는 남북한 모두 코로나 방역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가 적극적으로 코로나 공동방역을 제안하면 북한이 받아들일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북한도 공동방역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남북협력의 핵심은 정치적이지 않은 것부터 시도하자는 데에 있다. 코로나 공동대처는 이러한 취지에 부합된다.

문제는 전국의 지자체들이 그동안 경쟁적으로 남북 교류사업을 추진하면서 단체장 업적쌓기 용으로 치부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는 점이다. 이러다보니 비용이 과다 지출되고 중앙정부와 호흡이 맞지 않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겨났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에는 치밀하고 진지한 자세로 접근할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