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체취업 20만명 줄 때
배달원 취업 되레 3만명 늘어
해고·자영업자 임시방편책 돼

“가만 있다가 굶어 죽겠어요. 뭐라도 해야지요”

'헬스장 사장'이었던 A(34·이천)씨는 최근 '배달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다. 두 달 가까이 헬스장 문을 열지 못하면서 임대료와 대출 이자를 내는데 조금이나마 보태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에서다. 그동안 그는 생계유지를 위해 물류창고에서 물건을 나르는 일을 해 왔다. 그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9만원. 매달 500만원쯤 나가는 고정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최근 지인으로부터 시간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아르바이트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곧장 뛰어든 것이다. 차와 오토바이 없이 도보로도 가능해 그에게 딱 맞는 직종이었다. A씨는 “사업장 주변에서 일을 시작했다. 적게는 하루 3~4만원, 많게는 10만원까지 벌 수 있다”며 “퇴근 후 쉬는 것보다 뭐라도 하기 위해 배달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수원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36)씨도 최근 가게를 찾는 손님보다 배달 주문이 최소 3배 이상 많아지자 방문 판매를 중단했다. 대신, 배달에 직접 뛰어들기로 했다. B씨는 “대행업체를 이용하지 않으면 한 건당 3800~5000원까지 절약할 수 있다”며 “영업 제한이 풀리는 날까지 계속 홀 영업을 중단하고 치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부터 코로나19로 스포츠 경기가 중단되면서 시합을 뛰지 못한 조정 선수 C(32)씨도 지난해 12월부터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간 한 기업의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매달 200만원을 가져갔으나, 이 돈으로 손실을 메꾸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C씨는 “최근 날씨가 안 좋아지면서 배달료가 2배 이상 늘었다. 사고 위험이 크지만 살려면 어쩔 수 없다”며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30~40건가량 하면 30만원 정도를 가져간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직장을 잃거나, 수입이 크게 줄어든 자영업자들이 한푼 두푼 아끼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배달에 속속 나서고 있다.

13일 통계청의 '2020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을 보면 지난해 배달원 취업자는 37만1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34만3000명보다 2만9000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경기도 4만3000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취업자가 19만8000명이 감소했다. 특히 최근 폭설과 한파 등으로 배달료까지 2배 이상 껑충 뛰면서 택하는 사람이 급증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12일 경기지역에 3㎝ 이상의 눈이 내릴 당시, 한 대형 배달업체는 배달료를 기존 3100원에서 최소 5000원 이상으로 책정했다.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린 지난 6·7일에는 수원 지역 배달료는 3100원에서 1만원까지 증가했다. 성남, 화성 등의 지역은 1만3000원까지 오른 곳도 있다. 특히 배달료가 경기지역보다 높은 서울권으로 원정을 떠나 배달하는 시민도 있다는 게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도내 한 배달대행 업체 관계자는 “날씨가 좋지 않으면 배달 주문이 급격히 늘어난다”며 “수요가 급증한 만큼 배달원도 더 필요하기에 인상한 것이고, 최근 들어 일자리를 알아보는 전화도 2배 이상 많아졌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