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선거구 획정 과정서
이리 붙였다 저리 붙였다
생활권 무시돼 불만 비등
체급 키운 신도심과 달리
기초의회 최소 인원 운영

“(21대 총선)선거구 획정안은 단순히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지역주민의 생활문화권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선거구 획정이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행태이다.”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국회는 비상이 걸렸다.

국민은 '표의 등가성'과 '지역의 특수성'이 동시에 충족된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의 옳은 해법을 기대했다. 그리고 선거구획정의 최종 결정권자인 국회가 답을 내놨다.

예상처럼 국회 여·야당은 수도권과 지방의 유·불리 선거구를 반씩 나누는 것으로 선거구획정 논란을 봉합했다. 이마저도 총선일이 불과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돼 선거구가 쪼개지거나 합쳐진 대상의 유권자 혼란은 컸다.

당시 논란이 된 인천 선거구는 동구와 서구였다. 동구는 '미추홀갑'에 편입시켜 동구·미추홀구갑(도화1동, 도화 2·3동, 주안1~8동, 동구 일원)으로 조정됐고, 기존 서구갑 선거구였던 청라국제도시(청라1·2·3동)는 '서구갑(청라1·2동)'과 '서구을(청라3동)'로 분리됐다.

인천시의회 자치분권특별위원회는 “단순 인구수만을 맞추는데 급급한 선거구 조정안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의 하나인 자치분권 확대를 역행하는 처사”라며 “인천지역 선거구 획정안은 전면 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구, 갈등을 부추기다

국회는 법을 제·개정한다. 국회의원과 광역의원의 선거구 획정 및 정수 조정은 '공직선거법'에 따른다. 이에 맞춰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이 광역시·도 조례로 마련된다. 이 공직선거법의 최종 결정은 이해당사자인 국회에서 결정한다.

여러 법학자는 이에 “선거구 법정주의도 입법부의 자의를 방지하는 데에는 여전히 문제가 있으므로 선거구의 획정을 이해관계인인 의원들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선거구 획정을 기대할 수 있는 제3자적 기관으로서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게 된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여기에 “선거구 주민의 이의나 대안이 있는 경우에는 지역공청회를 개최해 충분히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한 획정안이 국회에 제출돼야 한다. 선거구획정이 인구기준만으로 기계적으로 이뤄지는 작업이 아니므로 지리적 조건 등에 의한 선거구획정에는 선거구의 지역감정과 주민의식 등을 고려하는 것이 요구된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경북대 강우진 교수는 그의 논문 '선거구획정의 정치학'에서 선거구 획정에 대한 상설화 기구 중요성을 강조하며 “선거구획정 과정은 지역균열구조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으며 거대 양당은 현상 유지 전략을 통해서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고질적인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심화로 선거 때마다 선거구 조정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이에 '표의 등가성' 원칙을 유지하면서 지역별 대표성이 훼손되지 않게 할 '솔로몬의 지혜'가 발휘된 선거구획정이 좀처럼 어렵다.

특히 원·신도심의 편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인천은 선거구획정 때마다 갈등 요인을 낳고 있다. 인구가 급격히 준 원도심은 갈피를 못 잡고 '이리 붙었다가 저리 붙었다' 하는 계륵 신세로 전락하고, 신도심은 개리멘더링의 희생양이 돼 선거구가 쪼개질까 불안하다.

지난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인접하지 아니한 인천 계양구 계양1동과 강화군 일원을 하나의 선거구로 구성한 것'과 관련 헌법재판소는 입법 당시 국회의원 선거가 임박한 상태에서의 시간부족, 선거구의 한시적 성격 등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합헌 결정했다. 제21대 총선 때는 공통된 생활권인 서구 청라국제도시가 서구1·2동과 서구 3동으로 나뉘었고, 동구는 인근 미추홀구갑과 붙었다.

 

▲원도심, 정치마저 소외되다

인천 안에서도 인구대표성이 중심이 되는 신도심과 지역대표성을 강조하는 원도심은 선거 때면 갈등을 빚는다. 인천은 꾸준히 인구가 증가하며 그에 맞춰 국회의원 정수를 늘렸다. 비록 부산·대구와 비교해 국회의원 정수가 여전히 현실화되지 못했지만. 반면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의 정수는 큰 변동이 없었고, 지역적 편차는 더욱 심해졌다. 이 때문에 표의 등가성 원칙을 유지하면서 지역 대표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의석수를 찾는 것은 늘 숙제로 남고 있다.

국회의원과 함께 공직선거법으로 선거구와 정수가 정해지는 인천시의원의 경우 1991년 인천직할시 당시 27명에서 출발해 2018년 선거로 뽑힌 제8대 시의원은 37명이 됐다. 지방자치 30년 만에 10명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1995년 광역시로 승격 당시 강화·옹진이 포함되며 2대 시의원은 35명이 됐지만 3~5대를 겪으며 그 수치는 줄었다.

이 기간 원·신도심 시의원 편차는 심해졌다. 1명뿐인 시의원으로 지역대표성을 갖고 12조원 규모의 시 행정 전반을 심의·의결하는 지역구가 3곳에 달하지만 신도심으로 몸집을 키운 연수구와 남동구, 서구는 시의원이 증가하며 그에 맞게 정치력을 키워 지역을 위한 행·재정적 효과를 봤다. 그리고 원도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추홀·부평구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을 기반으로 한 도시개발사업의 성과에 힘입어 현재와 같은 시의원 규모를 유지할지 지켜봐야 한다.

인천 10개 군·구 기초의회 중 원·신도심 차이는 더 벌어졌다. 월정수당 신설로 전국 기초의원이 대대적으로 감축됐던 2006년을 기점으로 중·동구, 강화·옹진군은 기초의원 최소 기준인 7명으로 겨우 기초의회를 운영 중이다. 반면 신도심의 연수구와 남동구, 서구의회 또한 원도심 의회와 달리 규모를 키웠다.

지방의회발전연구원은 “기초의회 위축은 주민대표기관으로 지방의회 위상이 저하되는 만큼 의원 적정 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공직선거법이 아닌 조례에 위임해 지역에 자율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인천시의회 자치분권특별위원회 남궁형(민·동구) 위원장은 “원도심은 지역 낙후와 함께 인구수 감소에 따른 지역 위정자가 줄고 있다”며 “그에 맞는 의정 서비스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여러 피해를 보고 있다. 지방자치 30년,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서도 원도심의 의정 서비스 강화는 반드시 논의돼야 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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