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배곧대교 건설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간다. 경기서부권 교통 편의를 위한다며 추진 중인 배곧대교를 놓고 환경 훼손을 이유로 환경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송도습지보호지역·람사르습지보전대책위원회는 그제 성명서를 내고 “시흥시는 배곧대교 입지가 부적절하다는 환경 당국의 의견에 따라 기존 계획안을 즉각 철회하라” 촉구했다.

대책위가 반대하는 이유는 이렇다.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은 최근 배곧대교 민간투자사업 전략·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달 22일 열린 인천시 습지보전위원회 회의에서도 전문가들은 보호지역을 훼손할 만큼 사업의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평가서의 부실성도 지적했다.

배곧대교는 시흥시 정왕동과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를 잇는 1.89㎞ 길이의 왕복 4차로 교량이다. 총사업비 1904억원이 투입되는 민간투자사업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을 주축으로 한 ㈜배곧대교는 지난해 2월 시흥시와 실시협약을 맺고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검토하는 단계다. 시흥시는 배곧대교 건설로 경기도와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연결하면 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인천지역 환경단체들은 2015년 배곧대교 계획을 언급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줄곧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송도갯벌은 국내에 몇 안되는 람사르습지로 2014년 지정됐다. 이 갯벌에 기대 천연기념물을 비롯한 각종 생물이 살아간다. 람사르협약에 따르면 해당 습지의 생태학적 특성이 변하게 될 수 있는 경우엔 이를 스위스 람사르 당사국 사무국에 통보하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 지금 송도갯벌은 가뜩이나 신도시를 건설하느라 만신창이다. 예전을 생각하면, 현재 남아 있는 갯벌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면적'이다. 여기에 배곧대교를 지으면, 건설 과정과 습지보호지역 통과 교각으로 인해 송도갯벌 파괴는 자명하다. 법과 국제협약을 무시한 채 몇십분 더 빨리 가려고 다리를 건설한다는 말인가. 자연유산은 우리가 미래세대로부터 잠시 빌려 쓸 뿐이다. 사람들은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지속가능 사회에서 지내길 바란다. 끊임 없는 개발론자들의 유혹과 압력에 밀려 더 이상 자연을 망가트리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