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성폭력처벌법'은 카메라 등 촬영기능을 갖춘 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를 처벌하고, 비록 동의를 받고 촬영된 영상인 경우에도 그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한 경우 역시 처벌하며, 위와 같은 영상을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하였거나 이를 이용하여 협박_강요한 경우에는 단순 촬영_반포의 경우보다 엄하게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동의 없이 촬영된 사진 내지는 영상의 경우와 달리,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성관계 음성 녹음에 관해서는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데, 최근 성관계시 동의 없이 녹음된 파일이 불특정 다수에게 반포되는 사례가 증가하였다.

이에 국회 강선우의원 등 13인은 2020년 11월18일 사진 내지 영상촬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관계 음성을 녹음하거나, 그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하는 경우 및 이를 이용하여 상대방을 협박_강요하는 경우에도 처벌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는데, 그 직후부터 개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법률 개정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성관계시 몰래 녹음된 음성 파일로 헤어진 연인을 협박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는 등 그 피해가 상당하고, 성관계 음성 파일의 존재를 알게 된 상대방이 갖는 두려움 등을, 이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성관계 음성 녹음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 이후 상대방이 강간, 강제추행 피해 등을 주장하는 경우 합의 사실을 입증할 유일한 증거이므로 이를 처벌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주요한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법률은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는 물론 보다 많은 수규범자(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담고 있을 때 높은 규범력을 담보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위 개정안을 반대하는 측에서도 성관계시 동의 없이 녹음된 음성 파일을 동의 없이 반포하거나 이를 이용해 상대방을 협박_강요하는 행위의 가벌성 자체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위 논의의 주된 쟁점은 성관계시 동의 없이 그 음성을 녹음하는 행위 그 자체를 형사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관한 폭넓은 논의는 위 법률개정안의 규범력 제고에 있어 핵심적인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피해 발생의 가능성과 정도에 관하여, 얼굴_신체적 특징 등이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촬영의 대상이 직접적으로 특정될 수 있는 영상 내지는 사진의 경우와 인적사항이 노출된 경우를 제외하고 음성 자체로 대상자가 곧바로 특정되기는 어려운 음성녹음 파일을 동일한 범주에서 평가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한 차이를 인정할 것인지에 관한 면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일부나마 차이를 인정하는 경우, 성관계시 동의 없이 음성을 녹음하는 행위와 이를 동의 없이 반포하는 경우 및 이를 이용하여 협박_강요하는 행위의 처벌 여부를 달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보다 폭넓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규범력 제고를 위한 몇 가지 논의 필요성 및 현행법령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성관계시 동의 없이 음성을 녹음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행위임은 분명하다. 또한 음성녹음 행위 그 자체 이외에 이를 동의 없이 반포하거나 영리목적으로 사용 내지는 협박_강요에 이용하는 것에는 매우 큰 비난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도 입법화될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이에 관한 명확한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조원진 변호사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