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주변 연안은 매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연안매립으로 서식처가 사라지고 해안선이 바뀌고 주변의 물리화학적 해양환경이 변한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종의 구성은 환경 변화에 따라 서서히 바뀌고, 반응은 불가역적이다. 1990년대 초반 이후 현재까지 약 30여 년간 대규모 매립사업만 보더라도 시화지구(173㎢), 인천공항부지(46.5㎢), 송도지구(46.2㎢), 화옹지구(62.1㎢) 등을 합하면 약 330㎢를 상회한다.

그 중 송도갯벌은 1994년 송도정보화신도시 조성을 목적으로 매립공사가 시작되어 2023년 매립이 완료될 예정이다. 인천 연안의 몸살은 증상을 바탕으로 진단이 이뤄지고 치료를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다양한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복합적인 경우가 많아 진단도 쉽지가 않고, 따라서 치유도 쉽지 않다.

우리는 갯벌을 매립하여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송도 매립은 도시용지와 산업용지를 얻는 대신 이곳에 서식하던 야생동식물과 수산자원을 잃고 더 이상 예전 갯벌의 경관은 볼 수 없다. 그런데 매립으로 사라지는 만큼의 서식처 손실은 물론이고 주변 서식처와의 연결고리인 생태학적 네트워크가 무너지면서 그 영향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1980년대 중반 송도의 척전어촌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했던 수산물은 단연 동죽이었고, 그 뒤를 맛조개, 가무락이 차지했다. 당시 퇴적상은 육상으로부터 거의 1.5㎞까지의 조간대 상부는 90% 이상의 펄질이 우세하고, 1.5~3㎞까지의 중부는 펄이 우세한 모래펄, 3~4㎞까지는 모래가 우세한 펄모래로 되어 있어 하부로 갈수록 모래질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패턴을 보였다. 당시 송도갯벌의 저서생물상은 상부에는 칠게, 중부에는 동죽과 맛조개, 하부에는 가시닻해삼이 우점하는 뚜렷한 띠분포(대상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정성적으로 관찰한 갯벌생물에는 말미잘류가 2종, 끈벌레 종류가 1종, 조개사돈류가 1종, 고둥류 9종, 조개류 8종, 갯지렁이류 13종, 갑각류 12종(옆새우류 제외), 거미불가사리 1종, 해삼류 2종, 그 밖의 어류 4종을 포함하여 총 55종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종 목록에서 빗갯지렁이와 검은갯지렁이, 그리고 갑각류에 속하는 가시이마쏙은 최근 송도갯벌에서 사라진 것으로 관찰되고 있어 연안개발로 인한 생물다양성 감소는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최근 정량적 저서생물 조사에 의하면 송도신도시가 들어선 이후의 남아있는 약 1㎞ 정도의 조간대 하부의 퇴적상은 매립 이전보다 갯벌을 구성하는 퇴적물 입자의 크기 범위가 더 커졌으며, 훨씬 불량해진 분급도를 보인다. 인천대교 밑 남아있는 갯벌의 퇴적상은 상부쪽에서는 예전보다 더 질퍽한 펄질이 우세하고, 반대로 하부쪽에서는 굵은 모래가 더 많아졌다. 2014년의 조사에 의하면 이러한 퇴적상의 다양화 경향에 대응하여 저서동물의 생물다양성은 총 115종이 채집되었는데, 매립 이전에 비해 하부로 가면서 다소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해양의 저서생물은 정착 후 이동의 제한성으로 환경영향의 지시자로서 매우 중요한 생물 그룹이다. 1992년에는 송도갯벌의 연구 과정에서 갯지렁이 신종을 발견하고 제물포백금갯지렁이(Nephtys chemulpoensis Jung & Hong, 1997)라고 명명하여 세계 학계에 발표했는데, 불행하게도 송도갯벌이 매립되면서 이 종의 모식 표본이 발견되었던 장소가 없어지는 불상사를 초래했다. 제물포백금갯지렁이는 인천 연안 펄갯벌 상부의 특징종으로 갯벌 매립에 매우 취약한 종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천 주변 갯벌에서만 보고된 점을 감안할 때 우리의 고유종으로 특별한 보호대책이 요구된다. 그 밖에도 인천 경기만 갯벌에는 흰발농게와 흰이빨참갯지렁이의 서식처가 산재하고 있고, 유사벌레붙이말미잘, 붉은발말똥게, 기수갈고둥, 대추귀고둥, 해초류인 잘피나 말잘피 등의 해양보호생물 종들이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도 개발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지역 주변에 이들의 서식처를 광범위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으며 보호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홍재상 인하대 해양과학과 명예교수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