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우리의 삶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외부 출입도 많이 어려워 졌지요. 우리집 앞까지 우리가 원하는 물건을 소중히 전달해 주는 배달·택배노동자들의 노동을 더욱 소중함을 느끼는 한해였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감사한 마음과 달리 이들의 노동은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택배노동자들은 2020년 한해만 하더라도 과로로 14명의 노동자들이 생을 달리 하셨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 택배노동자들의 28.6%가 1일 10-12시간, 42.3%가 1일 12-14시간, 17.6%가 1일 14시간 이상을 근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97.3%가 주 6일 이상 일해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독자분들은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연장근로를 포함하여 주 52시간을 근로하도록 근로기준법이 정해놓고 있는데 왜 택배노동자들은 이 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는 것일까? 이 이유는 택배노동자들의 법상 지위 때문에 그렇습니다. 택배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줄여서 특고노동자라고도 합니다.

특고노동자가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이유는 근로자의 성격과 사용자의 성격이 섞여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택배노동자들이 장시간근로를 하더라도, 임금이 근로시간 당 임금이 아닌 택배 갯수당 단가로 정해져 있어도, 분류작업을 5시간 이상 하면서 임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사용자는 법 위반으로 인한 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특고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산재보험에 의무가입하도록 특례를 정해놓고 있습니다.

또한 특고노동자가 스스로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하면 제외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뉴스에서 보셨겠지만 '택배업체 사장들이 사용자가 내는 산재보험료를 내지 않기 위해 택배노동자의 서명을 위조하여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대리접수했다'라는 내용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특례규정의 예외규정을 악용한 것입니다. 만약에 적용제외를 택배노동자 본인이 스스로 신청하였다면 과로로 인하여 신체에 질병이 생기는 경우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택배노동자들이 과로로 사망하자 정부와 택배회사는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으며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택배노동자들은 추가인력 투입(분류작업), 배송지연에 따른 불이익 금지, 배송물량 조정, 배송기한 연장이라는 대책을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단지 현재 상황을 개선하는 것으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택배노동자들은 사실상 근로자와 다를 바 없이 전적으로 사용자인 특정 택배회사에 종속되어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택배회사의 지휘·명령을 거부하면 그에 따른 큰 불이익도 받습니다.

택배노동자는 사실상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는,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택배노동자를 근로자로 보고, 받을 수 있는 법의 보호를 받게 되면 택배노동자들은 죽지 않고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것입니다.

/이경석 노무사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