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행복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행복을 위한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그 순간들은 대부분 '현실'과 '이상' 즉 '안정'과 '변화'라는 두 갈래 길로 갈려져 있고, '안정'에 더 마음이 끌리기 쉽다. '변화'를 선택하는 순간 지금의 편안함이 깨지고 고난의 길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꼬리를 붙잡기 위해 온종일 마당에서 빙글빙글 도는 강아지가 있었다. 강아지는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자신의 꼬리를 뒤쫓으며 저것만 붙잡으면 뭔가 대단한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품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어미 개가 충고했다. “너는 행복이 꼬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것은 불행한 공전과 같은 것이다. 네가 마땅히 가야할 길을 가다보면 꼬리는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다.” 자기 꼬리를 붙잡기 위해 빙글빙글 돌고 있는 강아지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본다.

우리는 대부분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것에도 행복은 있다. 단지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아침에 일어나 길거리를 걸어 직장에 다녀와서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면 그 날은 행복한 일들로 가득찬 하루이다.

어제 숨진 사람이 그토록 살기를 갈망했던 오늘 아침에 숨 쉬며 일어날 수 있는 것, 병원에 입원한 사람이 창문을 통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길거리를 걸어갈 수 있는 것, 일자리 없는 사람이 그토록 소원하는 동료와 함께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것, 홀로 된 사람이 가장 그리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을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 일 등은 모두가 보통의 일이 아닌 감사한 일이기 때문이다.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일상의 편안함 속에서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찾아 새롭게 느끼는 것은 사소한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반면에 성취를 위해 불안과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새로운 길을 가는 '변화'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것이 도전이든, 아니면 개선, 개혁, 혁신이든 그 삶에 변화가 없다면 그의 인생은 이미 녹슬어 있는 것과 다름없다.

현실에 안주하고, 현실과 타협하여 편안함을 추구하다보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삶을 사는 사람은 비전이 성취되었을 때 나타날 모습을 상상하면서 짜릿한 희열과 진한 감동으로 행복을 느낀다. 따라서 비전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확고한 철학과 가치관 위에서 분명한 목적과 방향을 가져야 한다. 허망한 꿈이 아닌 실현가능한 희망을 품고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면서 묵묵히 걸어가는 실천력이 있어야 한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길을 걷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의 불안함을 견뎌내며 묵묵히 살아가는 삶의 실존적 모습이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갈 때 새로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빙글빙글 돈다는 것은 나아감을 잠시 멈추는 것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던 것을 보고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현재에 충실하면서 이미 주어졌지만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새삼 느껴보는 것이다. 뚜벅뚜벅 걸어간다는 것은 보다 넓고 높은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희망찬 미래를 위해 노력하면서 새로운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안정'을 선택하여 편안함을 추구하느냐, '변화'를 선택하여 성취감을 추구하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행복이라는 목적지는 같고 코스만 다른 두 길을 조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삶의 과정과 영역에서 '자의'가 차지하는 부분이 '타의'가 차지하는 부분보다 넓어질 때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빙글빙글 돌며 이미 주어진 행복을 찾고, 뚜벅뚜벅 걸으며 새로운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진정한 삶이다.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_전 여주교육장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