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4년 8월24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으로 진격한 영국군은 대통령 거처를 점령했다. 영국군의 조지 콕번 제독은 대통령의 식탁에 있는 음식이 식지 않고 따듯한 것을 보고 부관들과 식사를 함께했다. 당시 미국의 4대 대통령이던 제임스 메디슨(1751~1836)은 이틀 전에 전선을 방문하기 위해 워싱턴을 떠났고 부인 돌리 여사만이 거처를 지키고 있다가 영국군이 워싱턴에 근접하고 있다는 전갈을 받고 황급히 피신했다.

▶대통령 부인은 관저를 떠나면서 개인 사유물들은 모두 포기하면서 대통령 집무실에 걸려 있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초상화만을 가지고 떠나서 미국인들을 감동시켰다. 워싱턴을 점령한 영국군은 대통령 관저와 의사당, 그리고 주요 관공서를 불태우고 퇴각했다. 3일 후 워싱턴에 돌아온 매디슨 대통령은 옥타곤 하우스에서 지내면서 불탄 관저를 수리하고 백색으로 외벽을 단장하여 그후 백악관으로 불리게 되었다.

▶영국군의 워싱턴 침공은 1812년 7월1일 매디슨 대통령의 선전포고가 의회에서 가결됨으로 시작되었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해방된지 36년 밖에 안된 신생국가 미국이 선전포고를 하게 된 것은 서부 신개척지로 힘차게 뻗어나가는 과정에서 파생된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서부로 진격하기 위해서는 인디언들과 대결해야 했는데 배후에는 인디언들을 선동하고 무기를 공급해주는 캐나다의 영국인들이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영국인들이 지배하고 있는 캐나다를 공격하면 광대한 토지도 얻고 인디언도 제압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로부터 217년이 지나 세계 최강대국이 된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 현직 대통령의 선동으로 폭도들에게 점령당하는 또 다른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021년 1월6일은 현대 미국정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날이었다. 남부 조지아주에서는 주마다 두 명을 뽑는 연방상원의원 재선거가 있었다.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하면 막강한 권한을 가진 상원을 민주당이 장악하게 되는데 근소한 표차로 민주당 두 후보가 모두 승리했다. 같은 날 캐피털(CAPITOL)이라 불리는 국회의사당에서는 50개주에서 보내온 선거인단표를 집계하여 발표하는 마지막 과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사회를 맡게 된 팬스 부통령이 선거결과를 무효로 선언하라는 트럼프의 제의를 거부하면서 대통령은 고립무원의 처지로 전락했다.

▶그러나 임기를 14일 남겨둔 45대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선거결과에 계속 불복하면서 추종자들을 선동하는 '미국의 민주주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행위를 계속했다. 의사당이 점거당해 4명이 숨지고 백악관의 성조기가 폭도들의 기로 뒤바뀌는 사태가 벌어진것이다. 한 사람의 과욕으로 243년간 성장을 거듭해서 모범적인 민주국가가 된 우방국 미국의 사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신용석 언론인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