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입학하기 위한 수험생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취업이 잘 되는 학과나 유망 학과에 대한 입시 경쟁은 더욱 치열한데, 수험생이 사회에 진출하게 되는 10년 후에도 그런 학과들이 계속 유망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좋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대학 간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 대학이 좋은 학생을 선발하는데 치중하기보다는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좋은 학생일수록 교육 효과가 크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좋은 학생이라는 기준도 때론 명확하지 않다.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 수험생에게도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학교 입장에서도 대학 입시가 만만한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지난해 말에도 학생부를 활용하는 전형의 면접위원으로 차출되어 며칠 동안 많은 지원자의 학생부를 읽고 또 읽어야 했다. 입시 공정성 확보와 지원자의 개인 정보보호 차원에서 지원자 신상이나 출신 학교는 당연히 볼 수 없으며, 학생부를 출력해서 볼 수도 없다. 대학이 지정한 통제된 장소에서 모니터를 통해서만 내용을 관찰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원자 개개인의 특별함을 파악하고, 면접을 위한 질문 항목도 준비해야 했다.

학생부에는 많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고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지원자가 재학 중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무엇에 관심을 가졌는지, 학교 성적이 어떠했는지가 상세히 기재되어 있다. 학생부를 작성한 교사의 노고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1996년 도입된 이래로 학생부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크게 개선되었음을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나 학생부를 보면 볼수록 기재된 내용이 별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된다. 다양한 봉사실적, 수상실적, 특별활동이 기재되어 있지만 개개인의 개성이나 특별함이 드러나지 않는다. 사실 지금과 같은 입시 제도에서 학생부에 특별함이 드러날 정도로 자신의 관심 분야에만 집중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입시 전략일 수 있다.

학생부를 보다보면 여러 가지 의문이 든다. 고등학교에서 우연히 생명공학 전문가를 모셔서 강연을 개최했을 뿐인데, 강연 참석이 생명공학 분야에 관심이 있었음을 주장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 강연을 듣고 이런저런 이유로 진로를 정하게 되었다는 스토리가 오히려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왜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오로지 한 진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해 왔다고 주장할까? 진로 분야가 수시로 바뀌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지 않나? IT 관련 학과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모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에 관심이 있다고 주장한다. 4차 산업혁명을 빠트릴 뻔했다. 놀랍게도 학생부에 관련 실적들이 다수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실적 대부분은 교육실습 키트를 한두 번 다뤄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작성된 프로그램을 실행시켜봤다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할 줄 안다는 주장도 매한가지이다.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에 내실이 없고 개성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왜 학생부에는 학생 개개인의 개성이 보이지 않을까? 왜 학생만의 특별함이 보이지 않을까? 교육 평형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학생의 특별함을 개발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2013년부터 학생부에 공인어학시험과 외부경시대회 실적을 기재할 수 없게 되었다. 과열 경쟁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재된 실적들은 대부분 교내 활동으로 국한된다. 그중에는 교육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는 교내 대회나 수상 실적을 만들기 위한 대회도 눈에 띈다. 학교 청소 활동이나 같은 반 친구를 위해 문제 풀이를 도와준 것을 봉사라고 봐야 할지 헷갈리기도 한다. 2019년도부터는 봉사실적마저도 학생부에 기재하지 못하게 되었다. 교육 과열 때문일 것이다.

특정 학과 지원자의 학생부만을 비교한 것이기에 학생부 내용이 별반 다르지 않게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학생부가 학생 개성을 보여주지 못하며, 지금의 고등학교 시스템이 학생 개개인의 특별함을 개발해 줄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학생부를 활용한 선발 전형이 무의미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성적만으로 드러낼 수 없는 수험생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로서 학생부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고등학교나 교사의 노력만으로 학생부의 한계를 극복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도 일부 시행되고 있지만 지역 고등학생의 진로 활동을 대학이 도와야 하고, 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대학을 교육부가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교육 협력을 통해 학생부가 학생의 특별함을 드러낼 수 있을 때가 비로소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개성을 자유롭게 발전시킬 수 있을 때가 아닐까?

/이승걸 인하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