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많습니다.” 얼마 전 서울시 폐기물 담당 공무원을 취재할 때다. 5분 정도면 궁금증이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전화기를 들었는데, 대화는 10분을 훌쩍 넘기더니 20분째 이어졌다. 인천시 자체매립장에 관한 서울시 입장을 듣고 싶어서 중언부언이지만 끝까지 대화를 이어갔다. 경기도 취재 때는 “지켜보겠다”는 짧고 굵은 대화가 전부였다.

뭐가 그리 쌓였나. 서울시 의견을 경청했다. 서울시는 “4자간 합의 정신을 지켜야 한다. 3개 시·도의 대체매립지 연구용역 공개 일정을 놓고 협의 과정에서 인천시가 대화를 거부했다. 합의 정신 실천을 위해 3개 시·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 아는 얘기이고, 인천 입장과 상반되는 서울시·경기도의 공통 의견이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들 지역의 쌓인 감정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길 바라며 전화기를 놓지 않았다.

그리고, 이 공무원은 “이건 몰랐죠?”라며 귀를 솔깃하게 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인천과 서울·경기의 수도권매립지 쓰레기 반입량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그런데 3개 시·도 중 유독 인천의 반입량 증가폭이 가장 크다”면서 “서울은 지난 2015년 4자 합의 후 쓰레기 반입량을 줄이고 어떻게든 자체 소각을 위해 노력했다. 우리도 이 과정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이 자체매립장과 소각장 설치를 선언하며 '서울·경기'를 대척점에 세운 것에 심기 불편함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인천의 불합리를 설명하려 한 표현이었다.

인천시가 자체매립장 발표 후 관용 차량에는 '환경 특별시'라는 문구가 부착됐고, '자립해야 진정한 독립'이라는 표현에 더해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라는 선언까지 행정 문서에 명시됐다. 옳은 말이요, 30년 쌓인 인천 응어리를 풀어줄 첫 정책임이 분명하다.

서울·경기와 수도권매립지 및 자체매립장을 놓고 엇박자로 얼굴을 붉히는 것 또한 당연하다. 더는 쓰레기 속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방을 빼려는 인천과 자기 동네가 쓰레기로 더러워지기 싫어 몸부림치는 서울·경기와의 정면승부는 예견됐고, 인천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래야 현대의 인천인이 후대의 인천인에게 당당히 인천을 물려줄 수 있다.

하지만 인천이 명분 싸움에서 아무리 이겼어도, 시민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작은 상처에도 명분이란 둑은 쉽게 무너지고 만다. 코로나19의 근본원인으로 지목된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쓰레기 배출과 전력사용 감소에 나서야 하고, 접촉 최소화를 위한 도심 인구밀도 신·원도심 조화를 일궈내 친환경 자원순환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일단 인천시는 쓰레기와 전력사용 감소를 위한 강력한 실천 방안을 세워 시민 합의 후 공론화 과정이 빠진 자체매립장과 소각장 신·증설 대상 지역간 대화에 나서길 주문한다. 그렇게 인천이 뭉쳐야 쓰레기 주권이란 칼을 빼 든 인천이 성공할 수 있고, 서울·경기의 거센 반발을 이겨낼 수 있다.

/이주영 탐사보도부 1팀장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