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6명의 남성이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어기며 술을 마시고 있는 사진이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접수됐다. 서울시에는 하루 100건 가량 방역지침을 위반한 사례가 신고된다고 한다.

코로나가 재유행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방역위반 신고제를 장려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시행된 지난달 23일 신고자에게 10만원짜리 온누리상품권을 주겠다고 밝혔고, 경상남도는 이미 도지사 상장과 포상금 3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업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회의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신고하는 등 사례는 다양하다. 이른바 '코파라치(코로나+파파라치)'다. 부산시와 대전시는 최대 100만원의 포상금을, 인천시는 10만~20만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할 방침이다.

파파라치는 원래 '유명한 사람을 쫓아다니며 사생활을 캐는 사진사'를 의미했으나, 요즘은 포상금을 노리고 불법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파생어가 많다. 2001년 교통위반 신고포상금제로 '카파라치'가 생겨난 이후 종류만 60가지가 넘는다. 세파라치(자영업자 탈세 신고), 학파라치(불법과외 및 무허가학원 신고), 쓰파라치(쓰레기 무단투기 신고), 약파라치(약사자격증 없는 사람의 약품판매 신고) 등 별의 별 것이 다 있다.

세무당국은 전업 파파라치만 500여명에 이르고, 부업 파파라치를 합하면 3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특수카메라 등 첨단장비를 갖추고 위법행위 증거를 수집해 연간 억대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파라치가 끝없이 진화하더니 마침내 코로나 사태에도 '코파라치'로 등장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코파라치 장려'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몰래 엿보는 눈길이 있다는 것을 의식함으로써 사람들이 방역수칙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것이 옹호론이다. 인터넷 맘카페에는 “방역 위반자를 신고해 안전도 지키고, 돈도 벌자”는 말이 나돈다. 잘못은 신고자가 아니라 방역지침을 어긴 사람에게 있다는 것이다.

논리는 그럴듯 하지만 뭔가 좀 삭막하다. 가뜩이나 감염에 대한 공포, 거리두기 등으로 공동체가 와해되고 있는 마당에 이웃에 대한 감시_고발은 인간의 기본성정마저 무너뜨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체회식을 진행한 직장 상사를 신고해 포상금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한다. 서로 감시하고 고발할 것을 권하는 사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다. 아무리 코로나 사태가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지만,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 흘러서야 되겠느냐는 탄식이 나온다.

/김학준 논설위원 k1234@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