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시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Odyssey) 모험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021년에 와서는 멈췄다. 자연이 인간사회에 대해 맹렬한 반격을 가하고, 인간은 거기에 맞서 저항하는 시대적 상황을 보고 있다. 오디세이는 쎄이렌(Siren)의 유혹에서 벗어나고자 자신의 몸을 기둥에 묶고 눈을 가렸는데, 지금은 눈 대신 입을 가리고 몸을 집에 묶어 밖을 다니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견문을 넓힐 때가 아니라, 집에서 콕 들어박혀 세상과 접촉을 끊어야 생존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구호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그리스 오디세이는 유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에서 겪는 모험과 역경을 그리고 있는데, 2021년의 오디세이는 집에 머물며 밖으로 나다니지 못하는 격리와 고립에 빠져 있다. 아니 세상이 어떻게 됐기에 이렇게 변했다는 말인가? 테스형에게 물어봐야 하나! 인간이 자중 그리고 자숙하라는 자연의 메시지인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사뭇 혼란스럽다.

세상이 이렇게 변한 것을 누구 탓으로 돌려야 하나?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인간들은 재앙이 발생하면 모두 신들한테 죄를 뒤집어씌운다. 재앙이란 재앙은 우리한테서 일어난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인간 자신들의 분수를 넘어선 행동 때문에 타고난 운명보다도 더한 쓰라린 꼴을 당하는 것을(위키백과 인용).”

프랑스 계몽사상가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가 논술한 학문과 예술이 인간의 습속을 순화시켰는가에 대한 답이 부정적이었는데, 인간사회가 루소의 예상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인간은 문명사를 통해 과학과 기술, 학문과 예술에서 엄청난 발달을 가져왔는데, 독일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Ulrich Beck)이 얘기한 위험사회는 더욱 가속되고 있다.

헝가리 마르크스주의 사상가인 게오르그 루카치(Georg Lukacs)가 '존재의 존재론'에서 주장한 '인간의 인간화'도 성취하지 못하면서 '인간의 신격화'를 추구한 자만심에 대한 징벌이 아닌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할지 싶다.

오디세이는 2021년 인류에게 묻는다. 학문과 과학이 발달했으나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사회와 비록 지금보다는 살기 어려웠지만 공동체의 삶이 있는 사회 가운데 과연 어떤 사회가 살만한 사회인가를? 물론 이 또한 시간과 함께 지나갈 것이다. 세상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것 같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통하여 멈추니까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그동안 일상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을.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주변에 있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를 기회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한번 뒤돌아보자. 자연에 대해 너무 자만했던 것은 아니었나? 공동체 삶의 소중함을 망각했던 것은 아니었나? 지구는 아파가는데 인간의 욕심만을 채우는 과학과 지식의 탐닉에 취해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인간 자신의 분수를 넘어선 행동은 재앙을 가져온다는 신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살아온 것은 아니었나?

이제 신축년이 밝았다. 아프면서 큰다는 옛말이 있다. 오디세이가 10년의 방황에서 귀환했듯이, 새해에는 코로나를 극복하여 더 건강한 면역력을 가진 성숙한 사회가 되어 우리 모두 일상으로 복귀하는 2021년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