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어둠을 뒤로하고 오늘의 희망을 노래하다

2021년, 희망을 품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악재 속에서도 이들은 '함께 하는 삶'을 위해 제 역할을 해 왔다. 마스크 제조현장에서, 학교에서 또는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 마음을 어루만지며 고단한 한 해를 보냈지만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들을 만나본다.

 

[문태영 마스크 제조업체 '코코팜' 대표]

 

작년엔 “딸들 제대로 못 볼 정도로 연구 몰두”

올해는 “가격·성능 다 잡은 마스크 제공 목표”

“올해에는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패션을 위해 마스크를 쓰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비말도 완벽하게 차단하고 누구나 쓰고 싶어 할 독특한 제품 개발에 힘쓸 겁니다.”

인천 마스크 제조업체 _코코팜 문태영(38) 대표이사의 2021년 포부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코로나19로 문 대표는 지난해 롤러코스터를 타는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부족한 마스크를 생산하려 24시간 내내 공장을 가동해야 했고 이후에는 우후죽순 늘어난 경쟁업체들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8년부터 마스크 사업에 뛰어들었어요.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며 준비해왔지만 2019년에는 재고만 쌓였어요.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로 연초에는 호황 아닌 호황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남들이 수출로 눈을 돌릴 때도 그는 곁눈질 없이 국내용으로만 제품을 생산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또 인천 서구에서 사업하는 사람입니다. 제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터전이 되는 이 땅 사람들을 위해 마스크를 생산하는 것이 맞는다고 봐요. 1억원이 넘는 마스크를 인천 서구를 중심으로 기부한 것도 이런 이유였습니다.”

코로나19 한복판에서도 자신있게 코코팜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문 대표의 그간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이전에도 수준 높은 마스크 개발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KF94마스크가 비말을 99% 차단할 수 있도록 연구했죠. 초등학교 5학년, 1학년인 딸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보람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존에 몇 개 안 되던 마스크 생산업체는 지난해 코로나19로 그 수가 전국적으로 수천개 늘었다. 자금 기반이 든든한 대형업체들까지 뛰어들면서 마스크 업계는 이제 새로운 도약 발판을 준비해야 할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표는 코코팜의 혁신을 목표로 2021년 또다시 도전에 나선다.

“부담 없는 가격에 소비자들이 질 좋은 마스크를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일회용인 마스크 가격은 여전히 부담이라고 봐요. 이를 위해서 지금 협소한 회사 연구실을 확대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그곳에서 획기적인 제품들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겠습니다. 잘 준비해서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갈 겁니다.”

/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

 


 

[김종현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작년엔 “모든 것이 불확실 … '랜선합창' 돌파구”

올해는 “온라인공연 성공 발판 해외관객 공략”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2020년 랜선 합창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지요.”

김종현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은 누구보다도 뼈아픈 한해를 보냈다. 물론 문화예술계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활동이 차질을 빚었지만 합창은 특히나 타격이 심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노래하고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자체가 비말 전파를 금기시하는 감염병의 시대에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시립합창단은 그 어느 국공립 공연단체 보다 능동적이고 획기적인 방법들을 시도하며 돌파구를 마련해갔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뭐든지 길을 찾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연습실의 대형을 바꾸고 단원들을 소그룹으로 나누어 모둠별로 따로 연습했죠. 물론 노래할 때도 마스크를 썼어요.”

김 감독은 단원들의 작품을 시민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활로를 찾는 데 주력했다.

3월부터 뮤직비디오와 정기연주회, 인천메들리 등을 꾸준히 제작해 자체 인천시 채널과 유튜브, 네이버TV 등의 랜선 매개를 활용했다.

아무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개척하는 일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아주 미세한 숨소리까지 전달되는 기계에 맞추려면 전보다 훨씬 섬세한 음악적 완성도가 요구됐다.

“무엇보다 온라인 공연 제작·송출 관계자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고, 또 그들도 우리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함께 협업하고 있어요.”

이런 김 감독의 노력은 랜선 음악회 실시간 조회 수 1만뷰가 넘는 성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지난 6월 첫 온라인 정기 연주인 '꿈을 꾼다'를 기획하고 국악신동인 김태연을 초청해 시민들에게 편안한 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죠. ”

이제는 어쩔 수 없는 필수 선택이 된 온라인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천시립합창단은 이 기회에 해외에도 실력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호주와 미국, 유럽 등 다양한 곳의 관객과 실시간 공유하는 연주가 가능한 '디지털 콘서트'의 가능성 역시 확인했다.

“코로나 19가 가져다준 긴 터널 속이지만 인천을 넘어 세계의 관객에게 좋은 합창 음악을 선사하도록 발전하겠습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천은정·강희연 인천종합사회복지관 팀장]

 

작년엔 “어르신 외로움·돌봄공백 안타까움”

올해는 “시행착오 바탕 안정적 서비스 제공”

코로나19로 발생하는 사각지대 탓에 취약계층의 삶이 더욱 열악해지면서 사회복지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재택근무와 비대면 업무가 일상화 된 가운데 현장에서 발로 뛰는 사회복지사들은 지난해 더욱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인천종합사회복지관 서비스제공팀 천은정(왼쪽) 팀장과 사례관리팀 강희연 팀장은 가까이에서 복지관 이용자들을 살피는 이들로 코로나19 전후로 어려운 이웃들의 삶에 나타난 변화를 크게 체감하고 있다.

서비스제공팀에서 홀몸 어르신들을 지원하는 천 팀장은 코로나19로 고립된 생활을 하는 어르신들의 우울감을 살피고자 정기적인 가정방문을 나간다. 그는 “어르신들께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말씀드리지만 외로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며 “한 어르신은 저희가 가정에 찾아가 생신파티를 해드렸더니 눈물을 흘리시더라”고 말했다.

사례관리팀에서 일반 취약가정을 지원하는 강 팀장은 최근 인천 미추홀구에서 벌어진 형제 가정의 화재사건과 같은 일이 충분히 일어날 만하다고 했다.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된 후 아동들이 가정에 홀로 있는 시간이 길어져 밥을 못 챙겨 먹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강 팀장은 “코로나19의 가장 큰 영향이 돌봄공백”이라며 “결식, 방임아동에 대한 우려가 커져 복지관뿐 아니라 구청, 주민센터 등을 포함해 아동 관련 기관들이 함께 모여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천 팀장과 강 팀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새해에는 지역 주민들에게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안정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일반 주민들도 생계가 어려워지니 사회복지 서비스 정보와 사회복지관의 역할을 한 번 더 찾아보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사회복지사들이 다방면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 주시니 보람을 느낀다”며 “지난해는 코로나19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느라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 올해는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

 


 

[전미선 인천보건고 교장]

 

작년엔 “현장실습 불가 학생들 국가시험 타격”

올해는 “인성 중요성 강조 … 글로벌 인재 양성”

“우리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도 이겨내겠다는 마음만 먹는다면 극복하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전미선 인천보건고등학교 교장은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어떤 상황이 닥친다고 해도 마음먹기에 달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천 서구 소재 인천보건고는 인천에서 유일한 보건 특성화 고등학교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교육기관이다. 전 교장은 2017년 3월 교장으로 취임해 학교 발전을 이끌어왔다.

이 학교는 지난해 9월 치러진 간호조무사 국가시험에서 보건간호과 3학년 응시생 87명 전원이 합격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전체 학생 수는 510명에 이른다. 간호조무사 등 직업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학교로 해마다 40%에 가까운 졸업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 보건 계열 대학교 진학률도 60%가 넘는다.

전 교장은 미래의 간호 주역인 학생들에게 “환자는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줘야 한다”며 무엇보다 '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미국에서 한 간호사가 울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를 꼭 안아주는 모습을 봤다”며 “우리 학생들에게 무엇보다 환자를 따뜻한 마음으로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런 자세가 고되고 위험한 의료 현장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장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도 있다. 인천보건고 학생들을 글로벌 인재로 양성하는 꿈이다.

전 교장은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섬세하고 따뜻한 성품을 가져서 해외에서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며 “향후 보건고 인재들이 미주와 중동지역 등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건 교육 현장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고 털어놨다.

전 교장은 “간호조무사 국가시험에 응시하려면 학생들이 3년간 780시간의 현장 실습을 이수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실습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인천시민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순간은 분명 온다고 확신했다.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과 방향만 잘 설정해도 참아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지만 극복하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