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서 제자 중궁이 '인'에 대해 질문을 하자 공자는 '기소불욕(己所不慾)을 물시어인(勿施於人)하라〔네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도 베풀지 마라. 가정에서도, 나랏일도 그렇다〕'고 하였다. 인간이 사회를 형성하고 사는 한, 그 보편적 질서를 위하여 지켜야 할 기본적인 룰이다. 요즘 현대 사회는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대신 시키고, 내게 좋은 것들은 남들보다 먼저 꿰차는 이기심이 판을 친다. 그 결과 사회 곳곳에서 갈등의 고리들이 꼬여만 간다. 수도권매립지 종료 문제가 그렇다.

인천시는 지난 30여 년 간 수도권의 쓰레기 매립으로 인해 악취, 분진, 각종 소음 등으로 엄청난 희생을 감내해오고 있다. 시는 이러한 인천시민의 희생 종결을 위해 2015년 인천시·경기도·서울시·환경부 등 4자 협의체에 의한 합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후속 진행이 미진함에 따라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 및 자원순환정책 대전환의 '쓰레기 독립선언'을 선포, 발생지처리 원칙에 따른 자체매립지와 7곳의 소각장 조성 후보지역을 발표했다.

그동안 수도권의 온갖 쓰레기를 도맡아 처리해온 인천시 입장에서는 더 이상 경제적·환경적 고통 강요와 기존 4자 합의에 의한 2025년 매립 종료를 약속한 바에 따른 당연한 요구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수도권매립지 최대한 연장을 고수하면서 대체매립지 조성에는 지지부진한 입장이다. 정작 지방정부 간 갈등을 중재하고 국가적 쓰레기 정책을 주관하는 환경부마저도 각자도생을 부추기고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환경부는 우리나라 총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도권의 쓰레기를 인천에서 처리하는 상황을 인천시와 서울시의 '지방스러운' 일로만 치부할 것인지, 우리나라 절반 인구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중앙스러운' 과제인지 묻고 싶다.

최근 불법 하천·계곡 정비사업으로 시민들에게 청정 쉼터를 제공해 전국적 화제가 되었던 남양주를 비롯한 경기도 '청정계곡 도민 환원' 추진사업과 하남시 유니온파크 사례는 갈등 해결의 모범사례이다. '청정계곡 도민 환원' 추진사업이 성공한 데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철학인 공정을 실현하려는 단체장의 확고한 의지와 실천을 담보한 현장소통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건설국 및 8개 부서 간 협력적 파트너십과 현장 중심의 밀착행정 지원은 행정편의주의가 아닌, 도민 우선주의 정책으로 주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으면서 성과를 거둔 경우다. 건설국은 하천 불법시설물 1만1690개 중 1민1593개(99.2%)의 철거를 주도했고, 균형발전기획실은 계곡상권 활성화 태스크포스(TF) 운영, 편의시설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에 과감히 예산을 배정했다. 산림국은 수목 식재로 식생 복원에, 수자원본부는 수질관리로 하천오염 방지를, 경제실은 청정계곡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로, 문화체육국은 문화관광 콘텐츠 발굴 및 연계관광 활성화 프로그램 추진 등을 시행했는데 이런 다각적 협력은 눈여겨볼만한 사안들이다.

하남 유니온파크는 님비를 핌피로 전향적으로 전환시켜 성공한 선례이다. 이는 쓰레기소각시설, 음식물자원화시설, 하수처리시설, 생활폐기물처리시설로 집약된 대표적 기피시설이다. 조성 전에는 지역주민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으나 끊임없는 설득 과정을 통해 모든 시설을 친환경 최신 공법으로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주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조성했다. 최근에는 대형 쇼핑몰과 지하철역 신설로 하남시의 랜드마크로 급부상하면서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의료폐기물과 비대면 쇼핑 및 배달음식으로 플라스틱류, 포장재 등의 생활폐기물이 폭증하는 현상에 직면해 있다. 늘어난 쓰레기로 내가 입고 먹은 부유물조차 집안에 며칠씩 모아 두기에도 버거워진 요즘이다. 다른 지역의 온갖 쓰레기를 수 십년 동안 인천지역에서 처리해온 '고충'을 수도권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역지사지의 기회다.

4자 합의문의 단서조항에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 불변이라는 대척적인 입장에서 서울·경기 스스로가 쓰레기 대란의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인천시 독단의 선공이 아닌, 지역 내 거버넌스를 통해 합의된 중지를 통해 서울·경기지역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설득과 타협의 기술이 필요한 때다. 쓰레기 독립선언이 자칫 선언만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적극적인 설득과 타협으로 거중(居中)의 리더십을 기대해본다.

/박신숙 인천대 겸임교수_집단지성네트워크 공동대표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