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 블루'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상황 때문에 잠시 생길 수 있는 우울감은 평범한 사람 모두에게 오는 증상이지만, 이 우울감이 코로나 블루처럼 1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이로 인한 극단적 감정 저하가 오게 되면 심각한 우울증이 된다.

코로나 블루로 주위에서 듣게 되는 증상들이 우울증의 증상과 유사함을 나타내는데 의욕 및 흥미 저하, 불면증, 식욕 저하, 주의집중력 저하, 부정적 사고, 자존감 저하, 지나친 죄책감, 일상생활 기능 저하, 학업능력 저하, 생산성 저하, 가족 갈등 및 '코로나 이혼'뿐 아니라 자살률도 늘고 있으며 특히 청년들의 자살률이 10배 가까이 상승되고 있다. 이제 코로나 블루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은 뇌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비활성화가 큰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세로토닌은 사람의 감정과 그에 따른 행동을 유발시키는 신경물질로 우울증 환자에게 적당량의 세로토닌을 투여하면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중요한 사실은 음악(특히 개인이 선호하는 음악)을 들을 때 뇌에서 세로토닌이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행복함을 느끼는 도파민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음악은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음악치료 시 대상자들은 종종 음악을 들으며 애틋하다거나 행복한 감정이 소리로 나타나는 것 같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음악은 또한 특별한 기억,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캐롤을 들을 때 크리스마스를, 생일축하 노래를 들으면 생일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미국에서 음악치료 인턴으로 일할 때 쌤이라는 우울증 환자가 있었다. 쌤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연속적인 개인적 상실감을 경험했다.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떠났고 그로 인해 그의 어머니는 병들었으며 결국 그가 고등학생일 때 돌아가셨다. 이렇게 청소년기를 겪은 후 성년이 되었을 때, 그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그로 인한 우울감에 여러 번의 자살시도를 하게 되었다. 상담과 음악치료를 병행하게 된 쌤의 첫번째 음악치료 시 치료사는 관계 맺기에 대한 그룹 활동을 주제로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사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좌절로 인해 관계를 맺는 것을 두려워하는 한 사람에 대한 내용의 노래를 들려줬고 쌤은 노래를 들을 후 “내 마음이 바로 노래를 부른 사람의 감정과 똑같다”라고 고백하며 그도 또한 다른 사람에게 버려질까봐 가까워지는 것이 두렵고 힘들며 자기는 계속해서 상처만 받게 될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룹원들은 그의 말을 듣고 자신들의 문제를 고백하면서 그의 감정을 지지하였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었다. 쌤은 시간이 걸렸지만 스스로 통찰력을 갖고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우울증의 원인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음악치료사는 음악이라는 감정적 언어를 사용해서 대상자 각자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가며 스스로 통찰력을 갖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 블루라는 현상이 아직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위로와 편안함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

/김윤정 음악치료사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