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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임대인 덕분에 #자원봉사자 덕분에 #우리이웃들 덕분에

코로나19 종료까지 가게 세 면제 … 고통 분담 건물주들 다시 고개

 

지난 연말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을 넘어서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발표된 5인 이상 집합금지 방침으로 인천지역 골목상권은 연말 특수는 말할 것도 없고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다. 그나마 임대료를 면제·감면해 고통을 분담하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다시 고개를 들지 않았더라면 더욱 쓸쓸한 겨울이 될 뻔했다.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두고 인천 서구 한 식당에 '착한 건물주님 감사합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붙어 사람들 눈길을 끈 일이 있었다. 해당 현수막을 부착한 류민수씨는 지난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방송에는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임대료 면제를 약속한 임대인도 출연했다. 24시간 식당을 운영 중인 류씨는 “오후 9시 이후 식당 내 식사가 금지된 뒤로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이 더욱 커졌다. 코로나19 시작할 때 좀 어려움이 있어서 건물 사장님한테 도움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농담으로 가게 문 닫으면 어차피 임대료 안 나오는데 어떡하실래요 했더니 흔쾌히 마음대로 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임대인은 “저도 별로 여유가 많지는 않다”면서도 “우리도 장사를 많이 했기 때문에 고통을 나눠 보고자 했다”며 임대료를 면제해 준 배경을 전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등장한 '착한 임대인 운동'은 사실 건물주가 임대료를 깎아주면 정부가 세액공제로 인하분 절반을 돌려주는 형태였다. '착한 임대인 운동' 시행 한 달 만에 혜택을 본 인천지역 점포가 500곳을 넘어섰다는 자료도 있다.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4월9일 기준으로 인천 19곳 전통시장·상점가 및 개별상가에서 164명 임대인이 총 541곳 점포 임대료를 인하(동결 포함)했다. 중소벤처기업부 방침에 따라 인천중기청도 착한 임대인 운동에 다시 불을 지피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임대업자(부동산업)도 착한 임대인으로 확인되면 한시적으로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무료급식 대신 동네 곳곳 방역…언택트 봉사활동 활발

 

▲ 남기운 자원봉사자가 인천 미추홀구 한 성당에서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사진제공=남기운씨
▲ 남기운 자원봉사자가 인천 미추홀구 한 성당에서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사진제공=남기운씨

코로나19가 세상을 움츠러들게 했다. 더구나 날씨까지 추워지며 인천 곳곳은 꽁꽁 얼어붙었다. 그래도 남기운(51)씨 같은 자원봉사자가 존재하기에 인천은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있다. 또 온정이 가득한 그의 손길에 코로나19로 음지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십수 년 전 대형 교통사고를 겪은 남씨,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자격증에 도전하며 '봉사'라는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평소 글로스봉사단에서 활동하며 미추홀구에서 어르신 무료 급식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코로나19도 그의 봉사를 막지는 못했다. 그는 직접 만날 수 없다면 비대면으로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이제 그의 손에는 코로나19 방역기가 놓여 있다. 무료급식을 대신해 동네 곳곳을 돌며 방역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최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자원봉사우수상을 받았다. 남씨는 “봉사는 중독입니다”라며 "아직 제가 방역한 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에 강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고 말했다.

㈔인천시자원봉사센터(이사장 전년성)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다양한 비대면 자원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환경·나눔·시설봉사활동을 하는 가족이음자원봉사단이 지난 4월부터 비대면으로 키트제작 발송과 목소리재능기부, 공공시설 방역 등을 벌인 데 이어 현재 마스크 스트랩 꾸미기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비대면이 장기화됨에 따른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한 헌혈과 지원키트 만들기 등을 벌이고 있다.

이용우 사무처장은 “몸이 불편하신 시민이나 홀로 생활하시는 노인분 등 봉사의 손길이 누구보다 필요한 시민들이 코로나19로 자칫 불편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비대면 시대에 이들에게 봉사라는 사랑을 전달할 수 있게 다양한 언택트 봉사 활동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택배기사 위한 간식함 마련...의료진에겐 감사 편지 응원

 

▲ 수원 광교신도시 한 아파트에 입주자들이 택배기사를 위해 설치한 간식함./사진제공=입주자
▲ 수원 광교신도시 한 아파트에 입주자들이 택배기사를 위해 설치한 간식함./사진제공=입주자

경기지역 코로나19 피해가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남을 돕고 응원하려는 시민들의 온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덕분에 지역사회는 아직 따뜻하다.

28일 오후 수원 광교신도시 한 아파트. 단지를 들른 한 택배기사가 택배 배달 뒤 서랍이 있는 한쪽 공간에 서더니, 음료와 과자를 집어 먹었다. 간식은 입주자들의 선물이었다. 이 아파트 보안실 입구에는 택배기사를 위한 '간식함'이 있다. 평소 기사들이 마스터키를 받기 위해 지나가는 길목이다. 간식함에는 '애써주심을 항상 감사하다. 택배 기사님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했으니 필요하신 분은 가져가 드시고, 힘내시길 바란다'는 문구가 적혔다.

최근 택배기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과도한 물량 증가에 노동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입주자들은 이들을 응원하고자 간식함을 만들었다. 이날 기사 A씨는 “고생하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노동자들을 생각해주는 주민들의 마음에 위로를 얻고 간다”고 말했다.

이곳 입주민들은 직접 소독제를 만들어 마을버스 기사와 지역 내 여러 기관에도 전달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요한 입주자대표는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데 우리 주민들의 응원에 누군가 잠시라도 웃으면 된다”며 “앞으로도 응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수원 호매실의 한 세탁방과 미용실은 중증장애인이나 독거노인 가구를 찾아가 이불빨래,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동시에 대상자 안부도 확인한다. 환자 치료에 허덕이고 있는 의료진에게 누군가의 응원은 큰 힘이다. 도내 6개 공공의료원에는 후원물품과 감사한 마음이 담긴 편지가 계속 도착하고 있다. 지난 10월 김포시 한 어린이집 원아들은 “선생님 치료해주셔서 감사하다”, “쓰러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등 내용의 위문편지를 대한의사협회 보내 감동을 줬다.

부천시 옥길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미화원을 위한 성금 모으기가 벌어졌다. 암 투병을 하는 미화원의 형편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입주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수백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영·김원진·김현우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