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논설위원

부산시는 이달 10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을 부산 명예시민으로 위촉했다. 인천 계양구가 지역구인 송 의원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동남권 신공항 입지로 가덕도가 적합하다”며 중앙 정치권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 당위성을 앞장서 주장해 왔다. 송 의원은 “부산 명예시민으로 위촉돼 영광”이라며 “2029년 무사히 가덕도신공항이 개항되는 날을 기대한다”는 말도 했다.

이같은 언행은 인천지역에서 적지 않은 반발을 일으켰다. 한 시민단체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인천국제공항을 쪼개겠다는 것으로, 인천시장까지 지낸 인물이 지역이익과 반하는 의정활동을 하는 것은 배신행위”라며 “본인이 부산시민이 됐다고 하니 조만간 우리는 '인천시민 박탈식'까지 진행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지역 정치권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인천 유권자의 표로 인천시장과 5선 국회의원이 된 그가 지역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펼친 덕분에 부산시민이 됐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참에 송 의원은 아예 인천을 떠나 부산으로 가는 게 맞다”는 말까지 했다.

이같은 시각은 가덕도신공항이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잠식할 것이 뻔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송 의원은 억울했는지 인천일보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장문의 기고를 했다. 그는 “가덕도신공항이 인천공항의 수요를 잠식할 거라는 일부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면서 “인천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은 상생_보완하는 관계가 되어 항공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고 나아가 국가 균형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굳이 송 의원의 해명이 아니더라고 객관적 자료를 보면 인천공항은 가덕도신공항의 영향으로 비틀거릴 만큼 약골이 아니다. 인천공항은 연간 여객수용 능력 7700만명(세계 5위), 화물처리 능력 580만t(세계 3위)으로 최상급 국제공항이다.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주관하는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는 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가덕도신공항이 인천공항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5% 정도라고 분석한다. 게다가 가덕도신공항은 지금 건설을 시작해도 7~8년이 걸린다. 그때쯤이면 인천공항은 세계 2위의 공항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천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의 관계는 제로섬(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가적_사회적 이슈가 생기면 지역주의 논리가 파고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송 의원이 곤욕을 치른 것도 지역주의의 씁쓸한 단면이다. 언제쯤이나 이 나라가 과잉 지역주의의 망령에서 벗어날 것인가. 게다가 인천 최고의 미덕은 포용 아닌가.

/김학준 논설위원 k1234@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