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지구촌을 강타한 2020년에 기부를 통해서 나눔을 실천한 세계각국의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멕켄지 스콧(50)이 단연 정상일 것이다. 2019년 세계 최고의 부호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25년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하면서 받은 위자료와 재산분할금 350억 달러가 2년 후 620억 달러로 불어나 세계에서 18번째의 부자이자 여성으로서는 최고의 부호로 등극했다.

“나는 나누어야 할 돈이 너무 많고 금고가 빌 때까지 기부를 계속하겠다”며 기부서약서에 서명한 멕켄지 스콧은 미국 명문 프린스턴대학 출신이다. 199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니 모리슨(1931~2019)의 수제자였던 스콧은 2005년에 쓴 <루터 올버라이트의 실험>이라는 소설로 미국도서상을 수상한 촉망받는 재원이었다. 세계 최대의 기업이 된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발상한 사람이 스콧이였으며 시애틀에서 회사를 창업했을 때 최초의 직원도 그였다. “2020년의 상반기를 가슴 아프며 두려움 속에서 보내면서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서 힘들어하는 구호단체와 교육기관, 그리고 기후변화단체들을 시급히 돕기로 했다”는 스콧은 지난 5개월간 총 60억 달러(6조6000억원) 이상을 400여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10여년 전에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 멜런다 부부가 창안한 기부서약서에 이혼 직후 서명한 스콧은 빌 게이츠, 마이클 블룸버그, 포드, 록펠러 등 미국의 대표적 재단이 자문을 받고 있는 보스턴의 부릿지스판 그룹의 협조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억만장자들이 재단을 설립하여 기부활동을 펴는 것과 달리 그녀는 소수의 전문가 그룹을 통해 코로나 위기로 긴급지원을 필요로하는 단체와 조직에 기부를 집중하면서 특히 자선자금을 받기 힘든 지역을 우선 배려하고있다.

경제 계층간 사다리를 놓는 단체 등에 4억 달러, 인종차별철폐 단체들에 6억 달러, 흑인대학으로 유명한 하워드대학에 4000만 달러, 터스키기대학에 2000만 달러, 시카고 YWCA에 900만 달러의 긴급지원을 했다. 1867년에 창립한 하워드대학 총장은 개교 이후 최대의 지원금이라고 감격했고 시카고 YWCA의 멕보터 간사는 큰 액수의 기부금을 받고 간부들과 회원들이 모두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자선사업을 하는 각종 재단의 활동을 심층분석하고 있는 스탠포드대학의 로버트 라이히 교수는 스콧의 기부는 조건이나 제약없이 덜 알려지고 자금이 긴급히 필요한 단체들에게 신속히 지원되는 장점과 특징이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 최고의 갑부인 전 남편 베이조스가 기부에 인색하다는 비판과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데 반해 스콧의 신속하고 명쾌하고 액수가 큰 기부는 코로나사태로 얼어붙은 미국인들의 가슴을 녹이고 있다.

블로그에서 멕켄지 스콧은 “경제적 손실과 건강 악화는 여성, 유색인종 그리고 빈민들에게 더욱 심하게 엄습해오는데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더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을 안타까워했다. 뉴욕타임즈는 “그녀의 기부는 생존한 사람이 1년간 자선단체에 기부한 최고액수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으며, 스콧은 앞으로도 재단을 설립하지 않고 수혜자들에게 신속하고 부담없이 필요하면 비공개로 기부금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멕켄지 스콧같은 거금을 단시일에 수백개의 단체에 기부한 사람들은 없어도 매년 거국적으로 벌리는 사랑의 열매 온도계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기부자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회원은 2349명으로 30대 회원도 109명에 이른다. 동원참치로 유명한 김재철 회장은 카이스트(KAIST)에 AI(인공지능)혁명으로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하자며 500억원을 쾌척했다. 손창근 선생은 2018년 304점의 문화재를 국가에 기증한데 이어 금년에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국보 180호)를 국립중앙박물관에 아무 조건없이 기증하여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경찰청 대변인실의 김승혜 경감은 인세와 강연비를 후원사업에 기부했고 충북 보은군 장안면에는 익명의 나이든 여성이 수년째 쌀과 현금을 어려운 사람에게 주라며 살며시 놓고 갔다. 전국에 수많은 기부천사 중 지난 10년간 약속대로 10억원을 기부해 유명해진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는 “나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키다리 행진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했다. 2021년 새해에 풍족한 사람들은 태극기를 대로에서 흔들기 전에 키다리 행진에도 가담하는 게 정도일 것이다.

/신용석 언론인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