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할 선박 없어 수출길 막히자 업체들 주차장 없어 발만 동동
인천시, 공간 요청 무대응 일관하다 문학야구장 주차장 '점령'당해
/인천일보DB

“인천시가 관여할 사항이 아닙니다.”

수출용 선박을 구하지 못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인천 중고자동차 수출업체를 위한 시 행정은 없다. “업체가 수출하지 못하는 것을 시가 어떻게 합니까. 인천항만공사(IPA) 일입니다”는 의견에 더해, 중고차 주차장 지원에도 “안 돼”라며 손사래 쳤다.

27일 인천항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인천지역 중고자동차 수출업체들은 수출길이 막혔다. 수출물량은 넘쳐나지만, 차를 옮기기 위한 선박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동차운반선을 운영하는 선사들은 수요 급감에 따른 고정비 감소를 위해 선박 가동을 일정 기간 중단하고 선원을 하선시켰다.

이 때문에 지역 중고자동차 수출업체들은 '해상운임 상승'과 '선적 공간 부족' 문제로 수출이 되지 않아 쌓여가는 중고차들을 보관할 주차장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올 10월까지 인천항을 통해 이루어진 중고차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 34만782대보다 19.8% 감소한 27만3000여 대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해수부는 중고자동차 수출용 선박 확보와 이들 선박의 항만시설 사용료 일시적 감면 등의 조치도 취하는 등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반면 인천시는 먼 산 불구경 중이다.

시 해양부서는 “중고자동차 수출은 시 업무가 아니다”며 발을 뺐고, 주차공간을 요구받은 시 부서는 “우리가 왜”라는 입장 보이다 뒤통수 맞았다.

윤백진 시 해양항만과장은 “시에서도 중고자동차 수출이 안 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중고차수출 관련 전반적인 사항은 IPA의 몫이다”고 선을 그었다.

인천 항만업계는 최근 중고차 수출 활로가 열릴 때까지 2~3개월가량 지역 유휴 체육시설의 주차공간에 중고차를 보관할 수 있게 시에 요청했지만, 시는 “체육시설은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로 사용돼야 한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인천문학야구장 주차장은 시가 파악하기도 전에 이미 중고차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백완근 시 체육진흥과장은 “중고차들을 위한 체육시설 주차장 사용은 안 된다”며 “시 모르게 문학야구장 주차공간이 중고차들로 채워졌지만 다른 시설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때문에 프로야구 현장 관람이 어렵게 돼 문학야구장을 위탁받은 민간업체가 시에 의견 전달 없이 사용한 것 같다"며 “현장 확인을 통해 경위서를 받은 후 불가피하게 이를 승인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주영·김원진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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