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누구나 후원가가 될 수 있다<끝>

최소 수천만원 드는 메세나사업
문화재단 '지정기부' 도입했더니
올 총 11건, 2250만원 도움 손길
코로나로 고달픈 예술가에 큰 힘
▲ 미추홀정가원 공연 '정인가담'

인천일보와 인천문화재단은 그동안 '인천 메세나'라는 명제 아래 인천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업의 문화예술 참여 사업들을 짚어봤다. 인천문화재단을 통해 추진된 메세나 사업들은 적게 잡아 수천만원부터 시작하는 비용이 투입됐다. 하지만 꼭 이렇게 거대한 예산을 들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문화예술계를 후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지정기부사업'이다. 기업이거나 단체이거나 개인이든 상관없이 어떤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싶다면 인천문화재단에게 기탁을 하면 된다. 재단은 기부자와 수탁자를 연결시켜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며 그리 크지 않은 비용으로 예술활동에 기여를 했다는 보람과 함께 세제혜택 등의 특권도 주어진다. 올해 인천문화재단을 통한 지정기부는 총 11건으로 총 금액 2250만원이 창작자들에게 지원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예술가들이 고된 시기를 보낸 2020년이었기에 이들의 기부행위가 더욱 값졌다.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줬기 때문이다.

 

#주식회사 디엔에이와 인천생태조경개발주식회사

이 두 업체는 국악단체 미추홀 정가원에 후원했다.

지원을 받은 미추홀정가원은 지난 10월14일 송도 트라이보울 공연장에서 '정인가담' 공연을 진행했다.

박금례 명인이 기획한 이번 공연은 정가와 경기잡가, 송서, 전통무용이 한데 어우러진 한마당 이었다. 특히 시조창 불모지인 인천에서 다양한 시조를 선보였다.

▲ 삶은연극 ‘띵동!! 대한민국 헌법 제10조가 배달 왔습니다’.
▲ 삶은연극 ‘띵동!! 대한민국 헌법 제10조가 배달 왔습니다’.

#주식회사 서안메밀집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을 찾아가며 함께 만들어가는 삶을 고민하는 연극집단 '삶은연극'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연극 '띵동!! 대한민국 헌법 제10조가 배달 왔습니다'를 추진했다. 서안메밀집이 이 펀딩에 참여했다.

이 연극은 멈춰버린 일상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행복추구권의 의미와 권리를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제작했다.

이 공연은 펀딩에 참여한 이들에게만 영상을 제공했다는 특징이 있다.

▲ 미달 강희산 작품.
▲ 미달 강희산 작품.
▲ 미산 김성하 작품.
▲ 미산 김성하 작품.

#지천테크

이 업체의 기부금은 미달 강희산과 미산 김성하의 사제동행 전시회에 쓰였다. 지난 여름 이 둘은 인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전통문인화와 서예 작품을 전시했다.

순수한 감흥과 맑은 정서적 편암함을 추구하면서도 새로운 구도와 실험적 시도를 선보인 전시회였다. 특히 평면의 시각예술을 조형성과 입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추구했다. 문인화와 산수화 63점과 황토·닥종이 등 혼합재료로 쓴 서예 78점을 배치했다.

김성하 작가는 이번 메세나 사업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모든것이 불확실한 시기였지만 사제동행전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습니다. 회사의 기부금과 인천문화재단의 지원금이 합쳐져 가능한 일이었죠. 기업이 경제활동에서 얻은 이윤을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선순환의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메세나는 기업의 기업윤리와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런 문화가 인천에서 확산된다면 문화예술 작가가 작품활동에 몰입하는데 커다란 힘이 될 것입니다.”

▲ 느린아카이브연구실 내부.
▲ 느린아카이브연구실 내부.

 

▲ 로컬 큐레이팅 포럼 2020 세미나 모습.
▲ 로컬 큐레이팅 포럼 2020 세미나 모습.

#사단법인 아침을 여는 사람들

인천의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만든 '아침을 여는 사람들'은 7명의 작가의 예술활동을 후원했다.

이 가운데 인천 중구 신포동에 위치한 갤러리 '임시공간'은 기부금을 공간 임대료로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로 문화예술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임대료를 해결할 수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임시공간은 이 기간 여러건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올해 8~12월 시각예술과 로컬리티의 관계를 모색하고 시각예술의 상상과 실천을 시도하는 프로젝트, '로컬 큐레이팅 포럼'을 추진했다.

또 전시와 기획 공간을 겸할 수 있는 임시공간이 그동안 수집한 인천 미술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연표와 다이어그램을 제작한 '느린아카이브 연구실' 전시회도 열었다.

10월엔 '떠다니는 것은 결국 발밑의 무언가가 되어' 전시회를 개최했다. 물리적 언어에 인간적 사유를 더해 존재를 여러 방식으로 생각해보자는 취지였다. 이어 김현호, 이한슬, 임재영, 정미타, 최은지 작가의 대관전시 '응집하는 눈'과 박춘화 작가의 대관전시 '풍경의 시간'도 진행했다.

사단법인 아침을 여는 사람들 관계자는 “아침을 여는 사람들 문화분과에서 추천한 작가들과 기부금을 매칭했다”며 “지역에 있는 작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하는 메세나 사업”이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아침을 여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매년 4~5000만원을 이미 지원하고 있었다. 시각예술 전시회나 공연, 버스킹, 독립영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역 문화예술 부흥에 힘썼다.

사단법인 아침을 여는 사람들 관계자는 “우리와 같은 사례가 인천에서 들불처럼 일어나서 인천의 문화예술 생태계가 단단해지고 두꺼워지길 희망하는 순수한 마음”이라며 “이런 게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업과 단체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 사진제공=각 문화예술단체

/인천일보·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