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과열로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여겼던 부동산 바람은 아직 잦아들 기세가 없다. 며칠 사이에 억 단위로 집값이 뛰는 것을 보면 성실하게 미래를 향해 노력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싶은 마음이 생긴다.

지금이라도 집을 사지 않으면 평생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영끌을 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코로나 블루에 이어 하우스 블루가 생겨날 판이다.

지인들은 입을 모아 재테크 중 최고는 집테크라고 한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당장 서울 주변에 집을 사야 한다고 말한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보고 있으면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서울 근처에 집을 하나 장만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래도 너무 가격이 올랐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집값은 또 오른다. 하루는 새벽에 잠이 깨서 모 인터넷 사이트의 부동산 코너에 접속해 보았다. 그 시간에도 각 아파트 정보란에는 수십 명씩 정보를 검색하고 있었다. 부동산으로 잠 못 자는 사람들이었다.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사람들은 빚을 져서라도 아파트를 사려니 평생 빚쟁이로 살게 될까봐 염려되고, 그냥 있으려니 집값이 올라 자신은 사지도 못하게 될까 불안하다. 신문에 집값이 올랐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두려움이 느껴진다. 돈을 구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한 채를 사야만 될 것 같다.

상황이 이쯤 되면 정치가나 전문가 중 누구라도 한마디 정도 할 법하다. 그런데 한마디 내뱉는 사람이 없다.

과거 교양 있는 사회 지도자들이 하던, 소유가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나 부의 규모가 사람의 크기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식의 교훈조차도 사라졌다. 상당수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보니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을 그저 관망하고 있다. 게다가 자신이 가격을 올린 것도 아니고, 그저 가지고 있는 집의 가격이 올랐으니 나서서 말하기도 민망하다. 결국, 오롯이 이 모든 상황을 겪어내야 하는 사람은 집이 없거나 집을 옮겨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 정도면 패닉이 온다. 눈앞에 무언가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그 일을 예측할 수 없고, 자기 스스로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삶을 통제하는 힘은 약해진다. 예측되지 않는 일을 놓고 끊임없이 이리 갈지 저리 갈지 고민하는 과정이 깊어지면서 손해를 저울질하게 된다. 자기만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질 것 같은 염려가 생긴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이것이 패닉을 불러일으킨다.

패닉은 특별한 조건에서 일어나는 공포이다. 이는 외부 조건이 자기 통제와 예측을 넘어선다고 믿을 때 일어난다. 자신이 외부 조건에 대항할 힘이 하나도 없으면 공포가 밀려올 수밖에 없다. 반면에 외부 조건보다 자신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패닉은 힘을 잃는다.

따라서 이러한 혼란에서 나올 수 있는 길은 국민들이 외부 조건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삶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주택 정책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확보하고, 부동산에 대한 인식 전환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우리가 이런 패닉을 극복하고 삶을 정상 궤도로 올리려면 자신이 있는 동네를 더 아름답게 만들고, 사람이 사는 도시의 조건에 대한 정책을 제안하고, 인간의 환경을 풍요롭게 만들어 나가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가 조건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높여나갈 때 패닉은 오고 싶어도 들어올 자리가 없게 된다. 너무 당연하고 소심한 주장이지만, 그런 마음들이 퍼져 나가야 한다.

그들이 놓은 덫에 의해 농락을 당하는 많은 수요자들이 더 이상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것에 앞서 농락할 수 없도록 정책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부동산 시장의 혼란은 해결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 해결되지 않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많은 국민이 편안히 거주해야 할 집의 가격 요동은 멈춰져야 한다. 그런데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겪는 패닉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지금의 이 패닉이 자리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차명호 평택대 교수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