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새해에는 인천항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2025년까지 3단계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수출중고차 판매 및 물류와 연관된 경매장, 검사장, 쇼링장, 세차장, 부품판매 등과 수변공간 관광자원화로 주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항은 2019년 수출중고차 대수가 전국 물동량의 약 89%인 42만 대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수출액이 1조원을 넘고, 일자리와 세수 확대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그런데도 수출중고차산업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불안하다. 후진화된 인프라와 물류 프로세스 등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수준과 마인드가 뉴노멀 시대의 발전 속도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시대 흐름에 부합하지 못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산업이나 조직은 도태하기 쉽다. 20세기 대표적 경제학자 슘페터는 경제 발전을 설명하기 위해 '창조적 파괴', 즉 혁신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역사가 주는 교훈을 수출중고차 관련 인천항의 기관·업체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현재 인천항 수출중고차 시장은 매우 열악하다. 각종 중고차, 부품업체 등이 배후부지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고, 열악한 인적·물적 인프라 및 재래식 물류 시스템이 고착화돼 있다. 중고차의 품질 보증을 위한 적절한 검사는 물론 가격조차도 엉성하게 매겨져 폐철과 다름없이 취급되기도 한다. 일본산 수출중고차 대비 가격이 50∼60%에 불과하고, 수출대수 대비 수출금액이 낮아진 점도 이 때문이다. 2019년 전체 수출금액은 1조6000억원으로 1대당 평균 수출단가는 약 341만원이었다. 2012년 1대당 평균 수출단가가 약 617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당 단가가 44.7%나 떨어졌다. 리비아·가나·예멘 등 저가 중고차 위주로 수출되는 국가의 비중이 높고, 고가 중고차를 수입하는 러시아·베트남 등지에 수출이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폐차말소'된 수출중고차의 비중이 커져 단가가 떨어지고, 2∼3년 뒤 수입국에서 연식제한 등의 조치까지 취해진다면 지금 같은 노후차량의 저가 수출 방식은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 분명하다.

결국 수출중고차산업의 현 주소에 대한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이라는 두가지 성과를 한꺼번에 낼 수 있는 혁신사업이다. 유럽연합이 지역중심의 성장정책인 스마트 특성화(Smart Specialization) 전략을 전면에 내세워 다양한 혁신사례를 창출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업 성공을 위해 시장 수요 파악과 함께 분산된 지역 내 혁신 역량과 자원을 효과적으로 결집했다. 지역 중심의 '혁신 거버넌스' 구축과 운용이 필요함을 보여준 사례이다.

스마트 오토밸리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loT) 등 디지털 기술과 수출중고차 관련 자원들이 결합된 지능형 물류단지이다. 여기에 차량 정비, 도색, 부품업체, CIQ(세관 검사, 출입국 관리, 검역) 기관 등 수출중고차 관련 기관·업체 등의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효율적인 운송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성공을 위한 기반 요건은 어느 정도 확보되는 셈이다. 혁신 거버넌스는 바로 이 시작 단계에서부터 참여하여 기획과 관리, 성과 창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 검사, 품질 보증, 매매, 금융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이 시급한 만큼 이를 위한 기획을 통해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 매매, 등록, 수출 등 원스톱 서비스를 위한 지원기관 간 협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스마트 오토밸리 종사자를 포함한 내외부 고객들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디지털 기반 인프라, 네트워크, 플랫폼 사업에 적응하고 발전시켜 나갈 주체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막 출발하고 있는 스마트 오토밸리가 현실화될 때까지 어떠한 시련에 직면할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인천항 수출중고차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지금의 낡은 질서가 파괴되고 혁신돼야 한다는 것이다. 파괴된 그 자리를 다양한 혁신의 질서로 채우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혁신 거버넌스'의 구축이 시급하다. 수출중고차 시장의 정형화된 모델을 창출해 수출중고차의 메카, 신뢰도 1위의 인천이 실현되길 기대한다.

/김병일 인천항만공사 항만위원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