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한파가 세밑의 이웃돕기 손길마저 얼어붙게 한다는 소식이다. 이맘때면 고사리 손들까지 나섰던 연탄배달봉사가 대표적이다. 인천연탄은행을 통해 진행된 연탄배달봉사가 손으로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연탄배달을 기다리는 홀몸 어르신들이 전화를 해오지만 연탄창고의 비축량 조차 한참 모자랄 지경이다. 이번 겨울, 우리 이웃의 어려운 이들이 코로나 불안에다 추위까지 겪어야 할 것이 걱정이다. 그러나 어려운 가운데서도 인천의 기업이나 개인들이 '사랑의 열매'에 성금을 쾌척하고 있다는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도 하루가 다르게 더 데워지고 있다. 이어령 선생이 '바람은 자꾸 추워지고/길은 얼음으로 위태로운 한겨울에도/자꾸만 올라가는 이상한 온도계'라 했던 그 온도탑 말이다.

▶'사랑의 열매'는 공공단체로서는 드물게 매우 성공한 브랜드다. 세개의 빨간 열매(나 가족 이웃)와 초록색 줄기(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가 볼수록 이쁘다. 일본판 사랑의 열매인 '아카이 하네(작은 붉은 깃털)'와 비교해도 훨씬 세련스럽다. 고 노무현 대통령도 사랑의 열매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대통령이 이 열매를 가슴에 달고 다니자 정치인이며 연예인, 뉴스 앵커들까지 달았다. 생각보다 역사는 길다. 1960년대 육영수 여사가 홍수피해 돕기 모금행사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나눔과 기부의 상징으로 사랑받다가 모금활동이 정부주도로 넘어가면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1998년 성금모금창구가 일원화 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식 브랜드로 삼으면서 부활한 열매다.

▶역병 사태로 뒤숭숭했지만 인천의 기부와 나눔 열기는 식지 않았던 한 해였다. 지난 주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가 2020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 표창도 심재선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에 의해 전달돼 인천 기업의 사회공헌이 더 각인됐다. 스카이72골프클럽은 지난 16년간 인천 사랑의 열매에 총 89억3000만원의 성금을 맡겼다. 올해는 코로나19 역풍으로 골프장 수입이 늘어나 성금액도 더 키웠다. 이런 인천 기업이 하나 더 있다. 인천제철이 모태인 현대제철이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지난 3일 공동으로 주최한 '지역사회 공헌의 날' 행사에서 지역사회공헌 인정 상패를 수상했다. 전국에 4개 공장이 있지만 인천에서만 올해 3억5000만원을 사랑의 열매에 보냈다. 현대제철 역시 예년보다 더 많은 성금을 냈다. 이들 기업들은 사랑의 열매 외에도 저소득층 집고치기(스카이72)나 희망의 집수리(현대제철) 등 다양한 사회기여활동을 펴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인천 기업들 다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천에 골프장도 여럿이지만 대부분 강건너 불구경식이라고 한다. 현대제철 못지 않은 또 다른 철강기업 역시 여지껏 인천 사랑의 열매와는 거리가 멀다고 한다. (지역사회와)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 세밑이다.

/정기환 논설실장 chung783@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