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진군 이작도는 풀등으로 유명하다. 풀치라고도 불리는 풀등은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서남쪽 바다에 형성된 수중 모래섬이다. 썰물 때면 3~5시간 동안 보였다가 밀물 때면 다시 사라진다. 이렇게 기이한 현상을 보이는 풀등을 보러 오는 관광객도 많다. 썰물 때 드러나는 풀등의 면적은 최대 90만여㎡에 달할 정도인데, 요즘 인근 해역의 바닷모래 채취 등 환경변화로 날로 줄어든다고 한다.

옹진군이 대이작도 해수욕장 등의 모래 유실 심화로 정부와 함께 모래사장 복구 사업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해양수산부의 제3차 연안정비 기본계획 정비 대상 지역으로 대이작도 큰풀안·작은풀안이 포함됐다. 따라서 유실된 모래를 보충하는 데는 어느 정도 바람직하겠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될까봐 걱정된다. 근본적인 원인을 점검해 모래 유실 결과를 살펴야 하지만, 그렇게 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연안정비 기본계획은 연안을 보호하고 훼손된 연안을 정비하려고 10년 단위로 세워진다. 제3차 계획에 반영된 사업은 시급성을 따져 올해부터 2029년까지 연차별로 진행된다. 해수부는 해양생태계보호구역을 관리하기 위해 대이작도 정비 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옹진군은 이와 관련해 내년에 큰풀안·작은풀안 연안정비사업 실시설계 용역을 벌이기로 했다. 사업을 벌이면 어떤 효과를 얻을지 파악하게 된다고 한다. 이 용역을 바탕으로 2022년 큰풀안과 작은풀안에 각각 7000㎥, 5000㎥의 모래를 채워 나갈 예정이다. 총 사업비로 국비와 시비, 군비를 포함해 7억7700만원을 투입한다.

물론 이런 사업들도 필요하지만, 왜 모래가 유실되는지에 대한 조사를 먼저 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비를 다시 들여 '모래 채워넣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재 모래 유실이 의심되는 부분으론 바로 업자들의 바닷모래 채취를 꼽을 수 있다. 자월면과 덕적면 등지 일대에서 벌이는 '골재 채취'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다. 섬 주민들은 해수욕장 모래 유실뿐만 아니라 이런 현상이 섬의 명물인 풀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바닷모래 채취를 허가해 놓고 모래 유실에 대해 무조건 채워넣기를 하는 일은 모순일지 모른다. 해수면 상승으로 연안침식이 가속화하는 데 따른 정확한 원인 조사가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