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이 지난 17일 이춘재 8차 연쇄살인사건 가해자로 지목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쓴지 32년 만의 무죄 선고다. 경운기 수리공으로 일하던 윤씨는 1989년 7월 고된 일을 끝내고 동료들과 저녁을 먹던 중 경찰이 느닷없이 들이닥쳤다. 경찰서로 끌려가 구속영장이 떨어질 때까지 폭행과 가혹 행위가 계속됐다.

윤씨는 경찰로부터 무자비한 폭행_가혹 행위를 당하고 결국 허위자백을 하고 말았다. 윤씨는 1989년 10월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윤씨는 무기징역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억울함을 수차례 호소했고, 2_3심에서도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씨는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억울함이 밝혀질 것”이라며 검정고시 등 갖가지 자격증을 따면서 사회에 나갈 때를 대비했다고 했다.

그 결과 무기징역에서 20년형으로 감형됐다. 윤씨는 2009년 8월 광복절 특사로 20년 만에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살인자라는 꼬리표로 출소 이후 삶 역시 녹록지 않았다. 가족들도 반기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이춘재(57)가 “8차 사건도 내가 저질렀다”고 자백하면서 윤씨는 같은 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을 담당한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이날 윤씨를 범인으로 몰았던 과거 수사 등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리고 “20년이라는 오랫동안 옥고를 치르면서 정신_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을 피고인에게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과한다”고 밝혔다.

공권력의 무리한 수사는 한 젊은이에게 살인자라는 누명을 씌우고, 20년간 사회와 격리를 시켰다. 법원과 경찰이 뒤늦은 사과를 했지만 윤씨의 억울한 삶을 씻길 수 있을까.

국가 공권력의 잘못된 수사와 판결로 과거에도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죄인으로 낙인찍혀 살아왔다. 이번 윤씨 사건을 계기로 반인권적_반인도적 국가범죄 등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당사자를 처벌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